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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성효
  • 2019.06.27

26호 곁봄 

창작 활동의 교육적 접근

류성효


 

ITAC(the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이 2020년에 서울에서 개최된다. 2012년 노르웨이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ITAC은 5번째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하게 되는데 이제까지의 활동 내용과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상황을 연계해 보면 여러 부분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국제 행사는 그렇게 새롭거나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등장하면서 광범위한 영역의 문화예술교육 사업 실행뿐만 아니라 담론의 진화, 역할의 보완이나 확장 등과 관련해 여러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진행했다. 하지만 이전의 행사와 ITAC이 다르게 인지되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인 해석을 덧붙이자면 상대적으로 아티스트의 관점을 강조해 문화예술교육의 이해와 실행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게 되면 한국에서 익숙하게 관찰되는 형태의 문화예술사업과 유사한 활동도 언급되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아티스트의 본 작업과는 분리된 형태의 교육 활동이 아니라 현대예술 그 자체를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조금 더 의견을 보태면 동시대 예술 활동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교육적 해석이 가능한 다양한 아티스트의 활동을 어떻게 연결하고 협력하게 하여 다양한 활동을 존중하고 주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대의 많은 예술 활동이 사회현상과 사회적 과제에 대한 견해를 담는 것을 비롯해 각자의 고유한 시선과 방법으로 예술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목적 자체를 교육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각의 활동이 사회와 접점을 이루는 과정에서 교육적 현상이 동반되는 것을 설계 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시선을 국내의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돌려보자. 우리가 이야기하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지원사업의 범주에서 이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활동은 아티스트 본래의 작업 활동과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명료하게 과정과 목적, 결과를 정리해 성과로 제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원사업의 특성상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일정 부분 사업내용과 역할이 한정될 수 있어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최근 대부분의 지역에 문화재단이 생기면서 문화예술교육 사업연구와 실행의 자율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지역 상황에 적합한 형태의 사업개발과 아티스트 협력 방안 등의 구체적 고민을 진행하고 있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최근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현장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수동적으로 사업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기대로 전환시키는 활동도 목격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우선 인지하고 교육활동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자기 전망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를 듣다 보니 기관이 지원사업으로 지정한 목적을 실행하는 대상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고유한 창작 주체가 교육주체로 자연스럽게 전이되었다는 느낌이 전해지기도 했다. 

 

예술 활동과 사회와의 접점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사례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 아니,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을 아주 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예술 활동이나 문화예술교육을 방법으로 선택해 지역의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옵션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만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가 사업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영역 못지않게 창작활동을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그들의 경험과 관점, 흥미가 보다 넓은 영역의 사회를 투영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정된 답을 찾아가는 활동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이라기 보다 존중받는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창작이 가지는 교육적 효과에 대해 주목할 수 있게 하고,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활동이 다양한 주제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제와 대상의 확장, 방법의 실험을 독려하겠다는 선언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문화예술교육사업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식적 제어가 더 강해졌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사례가 답안처럼 작동해 유형화를 촉진하고, 크리틱이 작가적 상상을 방해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에 대한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기계적 효율성의 범주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아티스트들의 창작 활동만큼이나 다채로운 교육적 실천을 희망한다면, 더 많고 다양한 사람과 문화예술의 교육적 활동이 만나기를 원한다면, 지원사업 종료와 함께 휘발되는 경우가 많은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앞서 언급한 ‘존중받는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창작’을 주목하고,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활동이 다양한 주제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으로 해석되고 전이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정책 사업을 부정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전개가 되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책 사업은 많은 경우에 기회와 함께 온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슈의 중심에 있는 문화도시나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특정한 목적을 중심으로 한 활용이나 참여 외에 창작과 관련된 기회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현장에서 겪게 되는 방법의 충돌을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업의 취지와 지향점은 궁극적으로 아티스트들의 가치와 역할을 존중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미시적 접근을 다층적으로 적용해야 하고, 재해석과 창조적 발상을 아티스트와 지역 구성원의 협력 과정에서 이끌어 내기 위해 상호 이해를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아티스트 스스로에게도 방향과 목적, 동기부여 지점에 대한 확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환경 및 구성원과 밀착되는 경험을 통해 작가로서의 관점과 태도에 기반한 주제를 발견하거나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한 역으로 작가가 발견하거나 발전시킨 주제를 중심으로 환경과 사람을 만나는 실천이 가능할 수도 있다. 

 

아티스트들의 사회적 역할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연계하려는 흐름은 아마도 꾸준하게 강조될 것 같다. 더 많은 사업들이 지역과 사람을 구체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으며, 관성적 흐름에서 추진된 활동을 반성적으로 점검하고 다른 시선과 태도, 다양한 해석과 창조적 구성의 연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지역과 사람을 담아내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은 교육이 출발점이다.  

 

강력하고 광범위한 지원사업이 많다 보니 역할을 수행하는데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티스트들의 경우 역할을 만들어 가는 힘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제안자의 이해 범위에서 정리된 주제로 요청되기 쉬운데 고유한 창작 주체로 가지고 있던 관점과 태도를 통해 주제를 발견하거나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이자 가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창작 활동의 교육적 접근을 통해 설명되는 고유한 가치가 작가 경쟁력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검색을 해도 쏟아져 나오는 모범답안 같은 사례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의미를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작가적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제안하고 활동으로 이어가는 흐름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이해 범위를 계속 넓혀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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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불 _ 김월식/무늬만커뮤니티

 

공간의 맥락, 작품 창작 과정과 적극적 감상 주체로서의 시민, 창작 의도와 교육적 효과 등 여러 부분에서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사진출처_http://blog.naver.com/prologue/PrologueList.nhn?blogId=ena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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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Kong Farm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한 아티스트들이 지역 농업, 도시 농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한 후 더 많은 사람들과 활동을 공유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 그리고 활동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에 근거한 다양한 책자 제작 및 출판, 전시 기획 등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베니스건축비엔날레까지 참여하는 등 사회적 관심, 교육적 활동, 아티스트로서의 활동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사례.

(사진출처 _  http://www.hkfarm.org

 



 

류성효 

전시기획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자발적이며 역동적인 독립문화 관련 활동에 흥미를 가지고 관련 단체의 예술감독으로 10여 년 간 활동을 했으며, 최근에는 오래 활동했던 부산을 떠나 여러 지역을 오가며 문화도시 컨설팅, 문화예술교육 연구, 프로젝트 기획 등의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