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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둘러싼 것들로부터의 창작
  • 신민
  • 2019.11.26

27호 더봄 
나를 둘러싼 것들로부터의 창작
신민
 

 

신민01

Flyer 부분_노트에 연필_가변크기_2018

 

유치원 적에 수영장을 가서 찍은 사진을 본다. 나만 배가 빵빵하다. 친구들이 돼지라고 놀리고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 내 배가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왜 나만 이렇게 뚱뚱할까. 챙피해.

 

신민02

Flyer 부분_노트에 연필_가변크기_2018


 

초등학교 적에는 1년에 10kg씩 체중이 불었다. 매년 신체검사 날엔 학교에 가기 싫었다. 친구들이 내가 체중계에 올라가면 몸무게를 듣기 위해 집중했다. 선생님이 서기에게 큰 소리로 "63kg!" 라고 외치면 반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학기 내내 돼지라고 놀렸다. 뭐만 먹으면 놀렸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나는 늘 도망치듯 학교를 다녔다. 아동복은 맞는 옷이 없어서 성인복을 사 입었다.

 

중학교적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매달 패션 잡지들을 애독했는데 잡지 속 모델들은 하나같이 마른 사람들 뿐이었다. 잡지에 나온 근사한 코디를 시도해보고 싶어도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독자엽서에 '살찐 모델들 사진도 실어달라'고 수차례 보냈다. 하지만 단 한번도 독자의 소리에 선정되진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갑자기 불어난 살로 교복이 다 찢어져서 옷핀으로 위태롭게 고정하고 학교를 다녔다. 졸업식 때 대표로 나가 상을 받았지만 부모님이 상 받는 내 모습을 너무 부끄러워하셔서 식사도 안하고 황급히 집에 돌아갔다. 살이 뭐길래 내 인생을 이렇게 슬프게 하는가. 처음보는 사람들도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도 내 건강을 걱정한다는 구실로 온갖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늘 고독했다.

 

어느날 가정통신문 뒷장에 사람 한 명을 그렸다. 머리는 굉장히 크고 손발은 작은 여자아이인데 굉장히 슬퍼보인다. 그냥 내가 그린 낙서와 대화해본다. 물론 혼잣말로. 뭔가 후련하다. 마음이 풀린다. 우울할 때마다 이 가정통신문을 펼쳐서 뒷장의 소녀와 대화를 했다.

 

대학교 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이력서를 냈다.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다. 길거리를 다니다가 구인 종이가 붙어있는 곳이 보이면 곧장 문의했다. 하나같이 사람을 구했다고 말했다.(하지만 구인 종이를 떼지 않았다!) 곧 알게 되었다. 내 외모가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슬프면 작은 그림을 그리거나 사람을 만들어서 서로 대화했다. 신기하게 그러고 나면 상처가 치유됐다. 계속 그리고 만들다 보니 방 한켠에 내가 만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내가 만든 사람들이 보기에 좋았다. 그렇게 계속 만들고 만들었다. 쌓이면 전시를 하고 다시 만들었다.
 

  

6번째이미지

demo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7

 

나는 종이로 사람을 만든다. 내가 만든 사람들은 대체로 덩치는 크고 맨얼굴에 자연스러운 여드름과 블랙헤드가 있으며 똥배는 물론이고 겨드랑이와 다리에는 털이 씩씩하게 자라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내가 그렇게 생겼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계속 만든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회의 담론들을 내가 만든 사람 조형물들을 통해 이야기 한다. 



2011년 개인전<딸기코의 딸들>에서 보였던 눈에 구멍을 낸 소녀상들 속에 (향)연기를 피워 올려 성범죄 피해 아동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작업을, 2013년 중반-2015년 후반까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한 번 쓰고 버리는 노동력에 대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수집해온 프렌치프라이 포대로 만든 알바생 군상 조형 작업을, 2017년 12월에는 ‘차별과 혐오에 당당히 No를 외치자’는 의미의 문구가 적힌 유토 원형 두상 300여 점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작업을,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내가 삐라를 뿌린다면?'에서 시작한 작업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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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ers_혼합재료_가변크기__2019



내가 미술로 부릴 수 있는 힘은 소외된 존재들을 위로 끌어내서 본래의 위풍당당함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이다. 이미지는 힘이 있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위로받길 원한다. 

 

2번째이미지_ᄉ..

성혜 Sunghye_17x16x27cm_혼합재료_ 2006



3번째이미지_ᄀ..
경숙언니_17x14x13cm_혼합재료_2006


4번째이미지_ᄋ..
은주언니Eunjoo Unnie_혼합재료_31x18x30cm_2006


5번째이미지
demo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7


7번째이미지_demo_
demo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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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상(犬 狀)자세 중인 알바생_맥도날드 쓰레기_308x200x15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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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상자세 중인 알바생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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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소프트콘 두 개___맥도날드 쓰레기__2014


12-1번째이미지
side effect_맥도날드 쓰레기_52x33x135cm_2014


12-2번째이미지
side effect_맥도날드 쓰레기_52x33x135cm_2014


13-1번쨰이미지
no 전시전경_공간가변크기_2017


13-2번째이미지
no_유토, 초코렛 금박지, 볼펜_각 10×6×3cm,, 내외_2017





신민

빵을 좋아합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베개맡에 아침 눈뜨자마자 먹을 소세지빵이나 과자를 놓아 둡니다. 그걸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을 합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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