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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담회_경력단체 중심으로 
  • 2019.11.26

27호 가봄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해봤던 선택에 대해
좌담회_경력단체 중심으로
 

좌장 : 최선영

참여자: 공미선, 김은영(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김찬희(틴톡), 정채민(어린이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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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 오늘은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기준들’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저도 참여자 한명 한명에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어떤 기준, 기대, 혹은 트렌드 등이 작용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요소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그것에 기대어 활동을 하게 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좀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김찬희 / 저는 틴톡을 한 6년째 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제가 어려서 시행착오가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그때 같이하던 강사들이 후배들이기도 해서 저 혼자 활동을 끌고 갔던 시간들이 2―3년 됐었어요. 그 시기를 버티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은, 너무 틀에 박히지 않은 것이었어요. 저희는 연극과 영화 분야이기는 한데 미디어아트 등도 하면서 활동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영상작업이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채민 /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한 뒤 기업에서 무대디자이너로 일했고 10년 전부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함께 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업을 위해 과천에 ‘창작소’를 열었는데, 이런 좋은 수업을 비용을 내는 아이들만 누리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같은 생각을 하는 선생님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캠프, 기획전시, 어린이축제, 문화재단의 지원으로 교육 등을 하고 있어요.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이 기획한 행사에서는 높은 수준의 예술적 체험이나 감동을 모두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은 소외계층이나 노년층,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교육하고 있어 ‘어른 함께 날다’로 개명해야 하나 고민 중이예요.

 

김은영 / 저는 성남 원도심 태평동 산비탈에 위치한 오픈스페이스 블록스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시각 예술인들과 지역과의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에요. 그래서 모든 기획의 중심에는 ‘골목으로 들어온 미술’이란 주제가 있어요. 전반적으로 시각 미술을 하고 있고 그 안에서 설치 예술이나 전시 또는 문화예술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뚜렷한 상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마을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 안에서 발생될 긍정적 시너지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공미선 / 저는 시각예술을 전공하기는 했는데 학교 다닐 때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커뮤니티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어요. 교육일은 이제 큰 목적이 아니고 사실 제 개인 작업을 위한 생계로 시작했어요. 그랬는데 지금은 개인적인 창작시간 보다는 교육에 더 일상 부분을 많이 할애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방과 후 강사로 3년째 일하고 있고 인천 교육청에서 지원사업을 통해 고등학교 벽화 수업도 하고 있고, 친구들과 1년 반 정도 유튜브도 하고 있어요. 이 일 저 일 걸치는 어떻게 보면 흐릿한 정체성의 창작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선영 / 오늘은 이렇게 단체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경험을 갖고 계신 분들을 모셨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기준들’이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은 문화재단 주도의 사업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전제했을 때 공공기관이 이야기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준이나 목표, 방식 등이 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또 그런 요소들을 전제로 심사라는 게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요. 이와 관련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은영 / 잠시 에피소드부터 이야기하자면, 지역주민들과 교류를 하면서 느끼는 게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은 트로트나 고음으로 열창하는 노래에 익숙해하시는데 다른 분위기를 내보고자 자기 색깔을 가지고 활동하는 젊은 버스커들의 버스킹을 기획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지역주민들 시선에는 이질적으로 보였던 것 같았어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앨범까지 낸 팀들을 어렵게 섭외해 공연을 마쳤는데 마을 어르신께서 저에게 “그런데 노래는 언제 해?”라고 하시는 말씀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학교 다녔을 때는 정답을 주입하는 교육이었어요. 단답형 정답에 맞는 답변을 하지 못했을 때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교육이라는 말에 조금은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문화예술에서 답이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금을 받아서 운영해야 되는 사업의 경우는 그 특성상 약간은 그 기준에 맞는 기획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진행하면서 항상 그 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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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스페이스 블록스_스마트폰으로 본 2019 태평동. 프로그램 마지막 회에는 각자가 찍은 영상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제공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김찬희 / 저희 단체가 6년 전에 처음으로 교육사업을 시작한 곳은 서울문화재단이었어요. 그래서 그 재단이 일하는 스타일이 저희한테는 어떤 기준 같은 거였어요. 그런데 이후에 용인문화재단, 마포문화재단 등 다양한 문화재단과 일을 해보니 신기한 게 그 문화재단의 담당자 선생님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운영하시는지에 따라서 그 운영한 프로그램의 결이 완전 달라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일괄적으로 지침에 따라서 쓸 수 있는 예산 항목들이 있는데 담당선생님들이 프로그램에 어떤 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강사뿐만이 아니라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식 등도 너무나 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예전에 재단 분들이 전화나 방문도 엄청나게 많이 하셔서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건 이렇게까지 점검을 해야 하는지, 이렇게까지 사진을 찍고 음향으로 남겨야 되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그 과정들이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기준을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새는 연락이 오거나 해도 예전처럼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런 전제로 인정을 한 것은, 그분들과 저희는 결이 다르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담당 선생님들은 공적업무를 보시는 분들이고 저희는 예술을 하려고 사람들이기 때문에 ‘둘이 지향점이 같을 수 없다’ 는 걸 인정하고 처음에 공모단계 등에서 우선 그 기준을 맞춰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 기준을 맞춰놓고 이제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타협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 들어가서 정해진 자유 안에서 그마나 해보자 라는 생각이 있는데 이게 초창기에는 매우 삐그덕거렸는데 지금은 그나마 편해진 시점이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업무를 보는 것도 훨씬 수월하고 요새는 재단 분들도 반갑더라고요. 

 

최선영 /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을 말씀해주셔서 공감이 가네요. 어떻게 보면 담당자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기준이 여러 가지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문화예술교육 이라는 게 중심점이나 철학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만들고자 공공 영역에서도 어떤 레퍼런스 마련을 위해 현장들을 귀찮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는 것 같고요. 정채민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채민 / 어린이날다가 하는 일들은 교육이라기보다는 함께 하는 참여와 체험의 성격을 띄고 있어요. 어린이예술창작캠프도 그렇고 어린이축제도 설치를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가 한 흐름으로 묶여있어요. 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나, 시의 자금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하고, 독자적인 기획으로 자본을 모아 행사를 추진해보기도 했는데, 어린이날다는 시의 자금으로 공공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 가장 수월했어요. 왜냐하면 어린이날이나 시 축제의 경우 홍보와 모객이 행사의 성공을 가늠하는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에요, 올해 어린이날다가 가장 열정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한 G―Art 프로젝트 ‘초록별 지구를 지켜라’ 는 우리 조합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준비와 진행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여 크게 낙담을 했어요. 게다가 행사 때 두 분의 평가위원이 오셔서 행사의 규모에 비해 참가자가 적은 부분을 지적하셨을 때 최악의 평가를 받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이것을 펼친 것은 의미 있었고, 야외 행사의 특성상 참여자가 적었다는 이유로 망한 행사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요새 와서 좀 들더라고요. 이럴 경우에 준비하는 단체와 지원해주는 기관에서 같은 마음으로 평가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행사의 의도나 준비 자체는 훌륭했다고 말이죠. 그리고 개선과 지속적인 발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질적으로 더 우수한 프로젝트가 될 거라는 아쉬움도 가지게 되었어요. 문화재단으로부터 그런 세심한 관심과 지원을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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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다_초록별 지구를 지켜라 (사진제공 : 어린이날다)

 


최선영 /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평가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네요. 공미선 선생님은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가요?

 

공미선 / 아까 ‘정답’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저는 지원 사업 관련해서 그 단어가 좀 와닿았어요. 서류를 쓸 때 그 재단이 원하는 정답을 찾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교육의 지향성, 기획 동기, 목표부터 기대효과까지 구구절절 써나가잖아요. 그렇게 어떻게 할 것인지 까지 쓰고 있으면 약간 공허하고 답답하고 너무 근엄함, 무거움이 느껴져요. 저는 사실 지원 사업에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고 싶어서 그냥 지원을 하는 거거든요. 뭐 어떤 거창한 교육의 이념보단. 그런데 그 교육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으면 제가 세상 모두를 이롭게 해야 되는 선한 사람이 돼야 될 것 같고 거기서 제가 또 선한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런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을 만나면 봉사아가씨로 불린 적도 있어요. 이렇게 예술가나 기획자, 혹은 교육자의 역할을 넘어 복지의 영역까지 요구받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저는 어떤 만남이 이롭지 않아도 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그럼에도 어떤 의미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하다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공공 사업이라고 해서 어떻게 보이는 형식이 자꾸 선할 수밖에 없는지 그 부분이 저의 난제에요. 저는 사실 되게 부정적이고 막 개구지고 이런 사람이라.

 

최선영 / 어떻게 보면 지원 사업 서류들도 보면 너무 아름답고 좋은 말들만 남게 되는 것 같아요. 교육을 하는 사람 중에 개구진 사람,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 또 우울한 느낌의 사람도 있는데 그게 서로 힘을 줄때도 있잖아요. 모두가 이렇게 발랄함만으로 레크리에이션 강사처럼 할 필요는 없는 건데 이게 지원 사업에 들어간다든지 심사에 통과해야 될 때 뭔가 말씀하신 것 같은 선한 목적을 취해야 되는 것 같아요. 또 그것을 해야만 하는 자신 때문에 고민도 많으실 것 같은데, 그런 맥락에서 다음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의미를 두고 하려 했던 문화적인 활동, 예술적인 활동 혹은 교육활동이 있음에도 어떤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만 했던 선택이나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은영 / 공공 지원 안에서는 참여대상에 있어서 전체를 항상 포괄적 의미로써 끌고 가려는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참여 대상에 대한 섬세한 구분과 기획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 성격 상 대상을 주민전체로 열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좀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블록스 같은 경우는 공모사업의 성격을 확인하고서 지원하려 노력 중입니다. ‘저희가 지향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지점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접점이 보이지 않을 경우엔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선언을 하고 있거든요.(웃음) 

 블록스는 단체 규모에 비해 많은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간혹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블록스는 ‘골목으로 들어온 미술’이라는 테제 안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구성을 하고 있어요. 그래야지만 기획자 입장에서도 일관된 기획이 가능하며, 스스로 세운 ‘가치’를 잃지 않으며, 진행할 수 있는 동력이 발생한다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참여 인원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도 소위 말하는 짬밥이 생겨 가능해진 것일 테고요.

 

최선영 / 경력이 많은 분들만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생각들이 있으실 거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해 본다’ 이런 얘기들이 어떻게 보면 오늘 중요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처음에는 지원 사업에 꼭 선정이 되어야만 하는 입장들에 많이 놓여있었고 그래서 그걸 맞추려 했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서는 너무 나를 소진시키지 않는 다른 선택을 해보는 거죠. 나를 위한 선택, 그와 관련한 경험들을 더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찬희 / 문화예술교육에서 홍익인간처럼 많은 것을 이해하고 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강사들이 너무 지쳐있어요. 매 순간 계속 저를 소진하면서 수업 끝나면 다들 한마디도 없이 집에 가요. 이렇게 되면 누구를 위한 수업인지 모르겠는 거죠. 그런데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거에 대한 딜레마가 엄청난 것 같아요. ‘나(강사)는 누구지? 내가 정말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난 그냥 이 세 시간을 책임을 져서 열심히 하면 되는 건데 내가 감정적으로 이렇게 많이 에너지를 써야 되나?’라는 생각들. 그래서 저희는 수업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요. ‘무대를 오르듯이 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려와야지’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이제 5―6년차 되니까 그것마저 익숙해지는 거죠. 교육활동 보다 마인드컨트롤이나 소모된 감정을 나 스스로 추슬러야 되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채민 / 어린이날다가 꾸준히 해왔고 제일 중점을 두는 사업은 지구의 환경 파괴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예술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데에 있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멸종위기 동물이나 쓰레기 문제를 설치작품과 퍼포먼스로 그리고 연극으로도 풀어가고 있는데, 작품제작 과정에 들어가는 수고와 비용에 비해 지속성이 없어 안타까워요. 그리고 점점 저희 조합이 몸빵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되어가는 거 같아 힘도 빠지구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한 사업이 단발성이 아니라면, 제작한 작품으로 여러 곳에서 행사를 진행해서 비용 면에서 절감도 되고 저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더 깊고 넓게 전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다만 어디든 인터뷰를 가면 프로젝트의 의미에는 별 질문이 없고, 그냥 좀 기분이 나쁘도록 단체의 자질이나 실현 가능성에만 염두를 두는 거 같아 보였어요. 전 문화재단으로부터 저희 사업의 방향성과 추진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전문가와 함께 의논하는 거죠.

 

김은영 / 저희 마을에는 화분도난이 빈번해요. 하지만 블록스 공간 앞에는 늘 화분이 놓여있어요. 그러면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화초’를 매개로 말을 걸어요. 그러다 ‘근데 여기는 뭐하는 덴데?’라며 공간에 대한 물음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낯선 공간에 문 열고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아요. 심지어 어떤 분은 블록스 문을 열고 들어오며 하는 말이 ‘이곳에 들어오기까지 일 년 걸렸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어쨌든 상호 관계를 맺는 다양한 매개 장치는 필요한 것 같아요. 며칠 전, 제가 문을 열어놓고 커피 로스팅을 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지나가시다 다시 되돌아오셔서 ‘대체 그게 뭐하는 물건이요?’라고 말을 걸고 바로 이어서 ‘이곳은 뭐하는 공간이요?’라고 물으셨어요. 아마도 다음 말씀을 하기까지 타이밍을 보신 것 같은데 때마침 로스팅을 하는 모습이 말 걸기 좋은 매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때때로 ‘문화는 삼투압’과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느 날 개화를 앞둔 화분을 도난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란 듯이 그 화분 사진과 함께 ‘소중히 키운 화분이 사라져서 슬퍼요’라고 블록스 출입구 옆에 써놓기도 했어요. 습관적으로 화분을 가져가는 어떤 이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비록 작은 사건이지만, 서로를 불신하게 되면 아예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을요. ‘이 마을은 원래 이런 곳이야’, ‘꽃을 뽑아가지 말라’는 경고문을 마을에서 마주할 때면 블록스 앞에 놓인 화분이 마을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매개’가 되어주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문화예술교육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화분은 여전히 일 년에 한 번씩 없어지기는 해요.(웃음) 그럴 때마다 한동안 허탈해지기도 하지만 그러함에도 동네 골목에서 가장 도난이 없는 곳이긴 하고 이제는 주민들이 오히려 걱정을 해주세요. 또 다른 결로써 블록스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웃음)

 

공미선 / 저는 2016년에 이북에서 한국 전쟁 때 내려오신 할머니들하고 같이 공동체 문화 활성화 사업이라는 지원 사업을 했어요. 그런데 12월까지 서류내고 면접보고 수행하고 정산하고 그 후다닥 끝내는 뭔가가 되게 화려하고 한시적인 이벤트 같이 공허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잠깐 멈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도 새로운 대안을 찾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할머님들 여럿이 만나다가 그 지원사업을 끝나고는 더 친밀했던 할머님 한 명을 만났어요. 그냥 할머님 집에 가서 이북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이야기 들었고 그 이야기가 현대사였던 것 같아 저는 그걸 기록했었어요. 이렇게 저는 지원 사업에 대한 공허함을 느끼고 지원사업을 아예 안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좀 대안적인 모델로 그렇게 했지만 다른 분들은 규모가 크고 모이는 사람이 많으니까 저 같은 형태를 적용시키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약간 하나의 대안으로서 가능성을 찾긴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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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미선_커뮤니티 작업 (사진제공 : 공미선)

 


최선영 / 일상 속에서 예술적, 문화적 방식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이 있고 그것을 통해 교육적 효과라고 말하는 것까지도 발생 가능한데 지금의 지원사업의 틀이 오히려 소화를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일대일로 일 년 간 할머니를 만나겠다고 해서 공공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꼭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정책화 되어있는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게 정말 다양성을 담기는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찬희 / 제가 작년에 부처 협력사업 정산을 했는데 요새는 회계 법인이 붙잖아요, 근데 이제 막 코멘트가 엑셀에 와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그런데 다른 부분들은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상한 게 있었어요. 물론 이게 정부지침이겠죠. 소모성 물품을 몇 십 만원어치를 사도 되지만 HDMI 라인은 자산취득이 되기 때문에 사면 안 되는 것 등이요. 그런데 이런 지침을 따를 경우에는 프로그램 안에서 끊임없이 아이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소모해야 되는 거예요. 현재 수업들이 미디어아트 쪽으로 나아가거나 다원 예술이나 퍼블릭 아트로 나아가고 있는 와중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재료들이 아닌 것(소모성 재료)에 예산을 써야 하는 거죠. 그래서 고민 엄청 많이 했어요. 이걸 그냥 큰돈도 아니었고 ‘뱉을까, 한번 싸워볼까, 뱉을까’ 그러다가 이제 싸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그거는 어떻게 썼고, 왜 썼고, 증거자료가 이거고 했는데 2차 수정이 들어왔죠. 그래서 담당자분께도 얘기를 했었어요. 누군가 한 번쯤은 이 재료비 예산 지침의 문제에 대해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담당자분도 너무나 큰 지침이 있으니까 쉽지 않았어요. 결국에는 사유서 쓰고 하면서 그 돈을 토해내지는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너무나 상처뿐인 영광인 거죠. 그래서 결국에 이게 내년에 바뀔 거냐? 안 바뀌거든요. 그래서 그런 물품들을 구매한 후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국가에서 다 회수를 해가거나 아니면 그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기관의 단체가 기증을 하고 가거나 다른 방식을 조금만 생각을 해 달라고 제안했어요. 이게 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언제까지나 만들고, 두드리고, 부수고 이런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별 변화는 없었을 거예요. (모두 웃음)

 

최선영 / 공감이 되는데요. 그 소모성 물품만으로 할 수 없죠. 어린이날다 선생님도 공감하실 거에요. 그게 결국 쓰레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마지막 질문을 나누려고 합니다. 기관이 이야기하는 것 외에 각자가 해석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한 것 같거든요. 이것이 정책적으로 말하는 혹은 많이 통용되는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사실은 반대가 되기도 하고 조금 엇나가 있기도 해서 더 어려움도 있으실 텐데 어쨌든 각자가 생각하시는 문화예술교육에서의 최소한의 기준이나 중심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경험에 비추어서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미선 / 저는 우리가 안고 있는 삶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예술은 형식이 되는 것, 거기서 새로운 감정, 생각, 유형들을 만들어 내는 게 문화예술교육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전에 말씀드린 그 할머님과의 만남도 그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원 사업을 통과하려면 뭔가 새롭고 실험적이고 그 안에서 돋보여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포장을 덕지덕지 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그게 정말 나를 위한 것도 아니고, 내가 만나는 사람을 위한 것도 아닌 되게 공허한 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좀 저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요. 중심을 좀 담백하게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찬희 / 예전에 한 십 년 훨씬 더 전인가 봐요. 그때는 제가 그 입고 싶은 옷,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엄마 아빠한테 이렇게 얘기를 막 하셨대요. ‘어떻게 저렇게 입고 다닐 수가 있냐’ 그때 엄마가 했던 얘기가 ‘우리 딸 사는데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들 없다고’(모두 웃음) 그러면서 저보고 입고 싶은 거 다 입어도 된다고 그런데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해 보니까 제가 누군가의 배려로 하고 싶은 거를 하면서 살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는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성격도 많이 유들유들 해졌고 또 아이들과 성인들과 작업을 하면서 ‘요렇게 하면 이분들의 시간이 의미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것도 아주 조금은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좀 기록해주고 기억해주고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팀이라서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받은 혜택에 대해서 생각해 봤고, 그것을 굉장히 큰 성취감과 함께 돌려줄 수 있는 순환의 구조에 놓여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어느 순간 저가 다시 또 받는 시기가 오겠죠. 그런데 이 순환 구조에서 지금은 좀 주는 시기인거 같아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에서의 최소한의 기준은 내가 그렇게 줄 수 있는 자격이 되나 라는 부분이고 그 자격은 스스로 만들어야 되는 거죠. 좋은 학벌과 좋은 작업 이것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가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이런 것들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채민 / 어린이날다의 기준은 ‘항상 일관성을 가지고 우리 단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조합원 모두가 따르고 있나?’라는 검열이에요. 창조성의 진정한 본질은 재미와 놀이에 있다고 하는데, 저희가 어디서든 어린이들을 만날 때 이 생각을 장착하고 만나요. 가장 어린이다운 창의적인 시선에서 최상의 재미와 흥분 그리고 신나는 놀이로 풀어나가려고 해요. 그리고 행사를 할 때는 되도록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자연적인 소재를 쓰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작업에는 주로 나무, 천, 흙 같은 자연물을 많이 써요. 행사 때 썼던 물건들은 보관했다가 대부분 다시 쓰죠. 처음에는 조합원 중에서도 버리고 새로 사서 쓰는 편리함을 주장하는 이도 있었는데, 이젠 모두 묵묵히 짐을 챙기고 보관했다가 닦아서 다시 잘 써요. 요즘 행사장에서 제일 듣기 좋은 말은 “이거 딱 보고 어린이날다가 한 건 줄 알았어요”예요. 우리 조합만의 고유한 색채를 띄기 시작했고, 이제 알아봐 주는 팬들이 생긴 거죠. 그 순간이 정말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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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예술이야’라는 주민 말씀을 때때로 공감하기도 합니다.(웃음) 자본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 예술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경계 없이 무한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예술 분야인 것 같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문화지원 사업은 일정한 프레임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래서 기획자 입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것 같고(웃음),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도 경험치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최선영 / 마지막으로 좀 재미있었던 개인적 소감을 나누고 싶어요. 오늘 좌담회를 위해서 개인별, 단체별로 활동자료들을 보내주셨잖아요. 그런데 오신 선생님들의 개별성을 제가 모른 상태에서 서류만 보고 만난 거잖아요. 이게 서류 심사를 하는 지원사업의 틀과 비슷한데, 흥미로운 것은 그 서류를 통해 제가 상상했던 선생님들과 오늘 오신 선생님들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제게 보내주셨던 서류들은 어떤 기준에 맞추셔야 했던 자료들이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러나 서류의 양식들이 개별성을 드러내기 힘든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 형식이라는 것은 현장에 던지는 질문 같은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질문의 방향이나 양식이 좀 바뀌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장시간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공미선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것이 좋아 커뮤니티 작업을 시작했고, 커뮤니티 작업과 비스무리한 문화예술교육에도 기웃거리다, 이런 창작활동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 초등학교 방과후 미술 강사로 3년째 일하며, 요즘은 유튜브와 웹툰까지 집적거리고 있는 모호한 정체성의 창작자이다.


 

어린이날다

미술교사 네트워크에서 출발하여 2014년에 설립신고를 마친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은 “아이를 닮은 예술가, 예술가를 닮은 어린이”라는 모토 아래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내면과 어린이들의 순수한 창의성과 자발성이 대중과 만나고 어우러지기를 고민하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오픈스페이스 블록스(open space BLOCK's)

태평동 문화예술 공동체인 오픈스페이스 블록스(open space BLOCK's)의 블록(BLOCK)은 구조체를 구성하기 위한 최소단위이지만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으면 완성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로, 미래지향의 문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틴톡

틴톡은 단체구성원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진행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는 구성원의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탄생한다는 생각하에 ‘힘든 일은 내가, 귀찮은 일은 네가’ 라는 마음으로 예술을 통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 가운데 성장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길 희망한다. 

 


최선영

기획자이자 창작그룹 ‘비기자’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기자’는 무한경쟁시대에, 각기 다른 생각들이 꾸준하게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인문학적 문화예술 활동으로 만드는 창작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