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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담회_신생단체 중심으로 
  • 2019.11.26

27호 가봄 
문화예술교육이 현장에 기대하는 것에 대해
좌담회_신생단체 중심으로

 

좌장 / 임상빈

참여자 / 강은나(플레이서커스), 윤가연(프로젝트 곳곳), 정윤아(라온어스), 채우병(이담)


 

01

 

임상빈 / 무슨 질문을 어떻게 드려야 할까 고민하다가 다섯 가지 정도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유행과 트렌드’입니다. 예술교육 쪽에도 유행하는 것이 있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번역과 디자인’인데 작업하는 것과 다르게 교육하는 대상을 고려해서 맞춤형으로 다시 바꿔야 되잖아요? 그 안에서 언어가 바뀔 수 있고, 어떤 형식을 달리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 그런 걸 번역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내용을 마사지 하듯이 디자인을 해야 되니까요. 세 번째는 ‘하이에나와 고슴도치’라고 하는 건데, 예를 들어 모니터링/컨설팅위원과 현장 점검을 받아야 하는 예술가들의 입장 차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니터링 위원들은 뭔가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가는데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지적질을 주로 하다보니까 단체입장에서는 당연히 방어본능이 생기잖아요? 방어본능이 너무 강하면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같은 느낌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처럼 서로가 대척관계에 놓이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네 번째는 ‘문지기’라고 하는 건데 카프카의 <법 앞에서>라는 단편소설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법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 어떤 문제에 휘말려서 법원에 찾아가는데, 문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가 조건미달로 들여보내주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져요. 준비가 부족해서 그 사람은 계속 찾아오지만 자꾸만 되돌아가는 거예요. 그는 결국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자격증이나 심사 그리고 행정절차 등이 전부 문지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입니다. 지금까지의 질문거리를 듣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채우병 / 저는 유행하고 트렌드요. 일단 저희 단체는 연극단체인데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4, 5, 6학년 아이들과 전래동화를 가지고 구연동화를 하고 녹음까지 하는 프로그램으로 짰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만나서 교육을 하다 보면 전래동화라는 아이템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흥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결국에는 <신비아파트>(투니버스에서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흥미를 금방 잃어버릴만한 아이템을 가지고 수업을 하다가 흥미를 잃은 아이들을 보면 많이 흔들리는 것 같아요. 


 

03

이담_교육현장 (사진제공 : 이담)


 

정윤아 / 제가 활동하는 음악 장르로 말씀드리자면 문화예술교육을 음악이라는 한 장르의 실기와 기능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요즘의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은 그것을 넘어서 자기탐색을 하고 또 그 이상으로는 사회적 관념을 재맥락화 한다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든지 하는 것들로 이루어진다고 모니터링위원님들도 말씀해주곤 하죠. 저희도 그런 의미로 항상 즐겁고 긍정적이고 그런 것보다는 약간은 껄끄러울 수 있고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리는 게 트렌드이기도 하고 그게 맞는 것 같다 생각해서 계속 시도를 하고 있는데 현재 저희 단체의 사업 대상자인 어르신들은 그런 활동을 아무리 쉽고 즐겁게 하더라도 부담스러워 하시거나 싫어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것 자체를 싫어하시는 거죠. 근데 한편으로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너무 새롭게 하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뭔가 여태까지 잘 살아오셨는데 (웃음) 제가 뭐라고.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있어요. 

 

강은나 / 저희 같은 경우는 서커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서커스에 대한 수요자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서 요즘에 유행이나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느껴요. 저희가 처음 서커스를 시작한 이유도 해외에 나가서 서커스 예술교육이 발달되는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교육적으로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다, 뭔가 다양성, 도전, 성취감 등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게 요즘의 관심들에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뛰어 놀 곳이 없잖아요.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오히려 유행의 흐름을 타지 않고 어떻게 예술교육의 가치를 꾸준히 끌고 나갈까 고민이 있어요. 

 

윤가연 / 올해 처음 지원사업을 쓰면서 제일 고민했던 게 유행과 트랜드 같긴 해요. 새로운 프로그램에 굉장히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것이 지원사업에 선정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원사업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요즘의 유행과 트렌드는 복합예술인 것 같은데 실제로 수업을 하다 보면 (저희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과 무용 수업을 하는데) 참여자들과 세대 차이도 확실히 느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딩수업을 굉장히 많이 배우고 있고, 컴퓨터나 미디어에 대해서 저보다 더 잘 알고 있고, 그리고 실제로 학부모들도 그런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드론을 해야 하나? (웃음) 몸을 코딩하는 걸 해야 되나? 이런 신문물을 같이 복합해야 되나? 이런 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거기이기 때문에. 그리고 더불어서 지원사업에 선정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임상빈 / 방금 나온 것 중에 하나가 ‘4차 혁명’이라고 하는 이슈인데, 일종의 정치적 구호라고 해야 되나요? 4차 혁명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느냐는 그림을 우리에게 먼저 그려보라는 권유 아닌 강제성 발언 같은 거죠. 근데 생활화 되지 않아서 아무도 모르는 가상시스템을 예술의 영역에서 그것도 예술교육에서 배우지도 습득되지도 않은 예술강사들에게 풀어내라고 하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시대의 벽을 만나게 되죠. AR, VR도 또 다른 설명기술일 뿐이고 다르게 보기의 하나인데 말이죠. 아무튼, 이 주제는 우리의 논제와는 거리가 있고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제처 두고요. 우리의 주제와 관련해서 이어가자면, 새로움에 대한 정의를 달리 찾아보고 나의 장르와 하고 싶은 예술교육에 대한 접점에서의 자기 이념을 재정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게 두 번째 ‘번역과 디자인’의 주제인데 ‘결국엔 내가 배운 것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채우병 / 사실 저도 맨 처음에 프로그램을 디자인할 때 아이들하고 같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거를 공연을 올리고, 학부모 초청해서 ‘와!’ 하자고 했었는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문화예술교육이 아니라 공연을 한 편 올리는 거니까요. 지금 저희는 더빙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하거든요. 방향을 튼 거죠. 그 이유가 뭐냐면 어떻게 보면 연기를 하게 되면 말을 해야 되잖아요. 아이의 행동을 빼고 목소리로만 연기를 해보자고 해서 더빙을 하는데 바꿔보니까 마음이 편해요. 마음이 편한 것도 있고 아이들하고도 더 잘 놀 수 있게 되더라고요. 결과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 거고, 애들한테 집중하게 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발표에만 집중을 했을 것 같아요. 공연을 올려야 된다면 ‘공연 어떻게 올리지?’, ‘무대는 어떻게 만들지?’, ‘의상을 어떻게 하지?’ 라는 공연에 대한 것들만 고민했었을 텐데 지금 더빙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나서 ‘○○이에게 어울리는 목소리는 무엇일까?’, ‘○○이는 이러한 표현이 풍부할까?’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더 나아가서는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윤아 / 저희는 공연이라기보다는 어르신들이 직접 가사를 쓰시고 멜로디를 만들어서 함께 부르고 녹음한 곡을 듣고 함께 했던 과정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구요. 또 소설의 뒷내용을 상상하여 쓴 글 등 어르신들의 여러 글과 작품을 엮은 책을 보며 북콘서트 느낌의 프로그램을 매듭짓는 파티를 하는데요, 처음에 어르신들과 작업할 때 곡, 글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을 했었어요. 근데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고 저희 선생님들보다 훨씬 멋진 아이디어가 많으시고 감동적인 곡이나 글이 나올 때가 많아요. 참여자인 어르신들도 본인 작품들에 대하여 정말 만족하시고 성취감을 느끼시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저희도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구요.

 

강은나 / 저희는 그 발표라는 게 어른들의 입장이나 주최측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결과물을 발표해서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이들 개개인적으로 보면 그 발표라는 기억이 아이에게는 좌절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거라서 될 수 있으면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요. 영상은 편집이 가능하잖아요. 아이가 가장 잘했던 순간들을 선택하기도 하고 조금 더 현장의 발표보다는 그쪽으로 얘기하는 편이에요.

 

윤가연 / 그런데 학교로 가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 강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제가 생각했을 때 공연을 위해 무용이나 연극, 뮤지컬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거는 공연을 위한 강사를 뽑는 거거든요.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느냐, 어떤 과정을 보내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어떤 공연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선생님이냐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공연 예술의 강사들이 아이들을 공연시켜주는 대상으로 소비되는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하면은 과정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 더 중요시 될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강은나 / 저희 같은 경우는 처음에 시도할 때 프로그램을 계획하잖아요. 근데 현장에 막상 가보면 저희가 대상자들을 오랫동안 만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저희도 그들의 문화에 적응을 해야 돼요. 그들의 요구를 알아야 할 시간이 필요한데 주최하는 쪽에서는 계획대로 진행되길 바라는 측면이 있어요. 저희는 대상자들과의 관계 형성을 시간의 한계와 여러 시도 속에서 찾아가는데 주최 측에서는 입장에서는 ‘이거 이렇게만 해도 되나?’라는 걱정이나 불안이 있는 것 같아요. ‘결과를 봐야 되는데? 왜 진행이 안 되는 것 같지?’ 같은 생각도 느껴져요. 그 안에서 저희는 서면화 된 것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느끼고 있거든요. 계획은 현장에서 저희가 대처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생기기도 하는데 행정상의 문제와 부딪치게 될 때 그게 두려운 것 같아요. 행정상의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오는 사람들이 일주일 마다 상태가 다르고 요구가 바뀌어요. 저희 프로그램 안에서 총체적인 목표만 가지고 있으면 그 안에서 다양하게 가도 저희는 그게 더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도 힘들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희도 자유롭지 못하니까 고민이 되죠. 

 

 

02


 

임상빈 / 모니터링, 컨설팅과 관련한 ‘하이에나와 고슴도치’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강은나 / 제가 드는 의문점은 그런 거예요. 한번 모니터링 와서 뭘 얻어갈까? 일회성이지 않나….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신경을 안 써요. 모니터링 온 날 수업이 완전 진행이 안 된 날도 있고…. 그래도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은데 왜냐하면 저희도 그렇게 모니터링 이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면 저희도 얻을 것이 있을 테니까요. 모니터링 전이나 후에 어떤 피드백이나 이야기가 더 오가면 발전할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해한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는데 나중에 서면으로만 받기도 하고요. 대화를 통한 교류가 있었을 때는 좋았던 것 같아요.

 

채우병 / 저희도 마찬가지인 게 내일 모니터링을 오시기로 했거든요. 근데 프로그램 일정이 내일 

더빙을 하거든요. 더빙 할 때 온다고 하시는데 ‘뭘 보고 가실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앞 전에 애들하고 했던 교육들이 오히려 모니터링 할 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이들이 그냥 마이크 앞에 서 있거든요. 그 전에 멘토링 같은 것은 되게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저희가 3회 정도 받았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얘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저희 단체처럼 정말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처음 진입하는 단체에게는 멘토링 같은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장르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 몰랐거든요. 연극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면 정형화된 ‘발표형식의 공연’ 이렇게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멘토링 수업을 하면서 멘토분들께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건데 정말 자그마한 걸로도 교육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셨거든요. 

 

정윤아 / 저희는 모니터링 끝나고 바로 피드백을 해주셨어요. 보고서를 따로 받지는 않고요. 저희는 도움이 된 부분이 꽤 있었는데…. 그리고 저도 모니터링 해주시는 분이 계신 것 자체가 전혀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고요, 조금 불편하고 신경은 쓰여요. 그리고 참여자분들도 불편해하세요. 권위적인 느낌으로 뒤에 앉아 계시니까 애들은 관심이 없겠지만 저희 프로그램의 참여자인 어르신들은 뭔가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시거든요. 새로운 사람이 옴으로써 질서가 흐트러지는 게 저는 아쉬워요. 


 

04

프로젝트 곳곳_교육현장 (사진제공 : 프로젝트 곳곳)
 

 

임상빈 / 컨설팅이나 모니터링의 긍정성은 그 프로그램, 그 단체의 고유성이 드러나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적 푸시인데, 때로는 좋은 고슴도치도 있을 수 있겠죠. 잘 벼린 가시로 찔러서 상처를 줘야 하이에나도 자신이 가진 틀이 깨질 수 있으니까 꼭 이게 업―다운으로 위에서 내려다보고 평가받는 관계라기보다는 생각과 감각의 차이에 의해서 전복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니터링 하는 사람한테도 다름을 느끼게 해주었을 때 서로 긴장도 하고 이해와 오해가 오가는 건강한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다섯 번째 주제인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말씀들로 마무리를 지었으면 합니다. 

 

정윤아 / 저는 사실 음악치료사가 직업이에요. 세 명의 음악치료사들이 학연으로 뭉친 단체인데 음악치료를 하면서 병원이나 기관에 속해서 일을 하게 돼요. 그리고 일반인 분들도 만나지만 저는 정신과 위주였기 때문에 환자들을 더 많이 만났죠. 저는 이렇게 기관이나 병원에 계시는 분들 말고 일반시민들한테도 이런 음악의 힘을 보여드리고 싶고, 음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려 드리고 싶고, 그걸로 본인도 힐링이 되고, 본인 탐색도 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려드리고 싶은 거창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는 고작 2년 차인데요, 처음에는 소외계층으로 시작하려고 북한 이탈주민부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저희와 시간이 맞는) 오전에 시간이 되시는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아동은 한 팀 밖에 없고 대부분 노인분들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가 이름이 라온어스, 라온은 즐거움, 어스는 우리예요. 느껴지다시피 저희는 즐거운 것을 추구해요. 참여자들도 즐거웠으면 해요. 즐거움으로 삶이 변화되고 예술로서 삶이 풍요로워지고 이런 걸 생각하는데, 약간 부딪치는 게 저희가 주제로 가지고 있는 소설 <원미동 사람들>이 행복한 소설은 아니예요. 소설을 주제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음악극이라고 해서 연극도 하면서 음악도 하고, 즐거운 부분도 있지만 사실 자기가 생각했던 가치나 이런 것에 대해서 부딪치는 부분이 있는 주제가 있거나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거나 이런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쉽고,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예술로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이런 고민들이 계속 있어요. 앞으로도 음악이, 문화예술이 좋고 즐거운 것인지 알려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07

라온어스_교육현장 (사진제공 : 라온어스)

 

윤가연 / 8년 동안 한 무용단체에서 쭉 생활을 하면서 저의 20대를 모두 공연예술을 하면서 보냈어요. 이 꿈다락이 올해 1월에 나오면서 한 첫 일이거든요. 사실 공연을 20대에 계속 쉼 없이 했는데 벽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하는 예술이랑, 사람들이랑. 항상 오는 사람들이 극장에 찾아오고. 조금 더 스며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리 동네, 내 주변의 사람들한테…. 그런 이유도 있었고. 공연예술을 하다보니까 돈벌이로 입시를 쭉 했었는데 입시가 이제 지겨워진 거죠. 굉장히 중요하지 않은 걸 집요하게 가르치는 그런 생활을 계속하면서 ‘이 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솔직히 아이들을 위해서 한다기보다는 저를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무용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에너지, 그 생경한 몸이라고 해야 하나? 교육되지 않은 몸에서 나오는 춤들이 좋거든요. 주기적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만나서 춤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되게 솔직하고, 즉각적이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지 않고, 같이 움직이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을 그대로 두면서 문화예술교육으로서 애들한테 줄 수 있는 것들을 주고 싶은 거예요. 예술교육은 재밌잖아요. 표현할 수 있고. 아무리 내가 말로써 내 몸을 인식하고 타인을 인식하고 이것보다 한 번 내가 아이들과 움직여보고 몸과 몸이 만났을 때 이 사람을 느끼고 인식하고 배려하는 그 과정을 나누고 싶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엄청 좋은 기술을 배우고 춤을 알고 그런 거는 원하지 않고요. 
 

 

05

플레이서커스_활동현장 (사진제공 : 플레이서커스)
 

 

강은나 / 저는 원래 연극을 전공했고, 대학원을 무용으로 갔고, 서커스는 성인이 돼서 만났어요. 다양한 것을 경험했는데 제가 받은 서커스 교육에서는 굉장히 존중 받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서커스 안에는 다양한 장르들이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저글링을 잘하는 친구가 있을 수 있고, 매달리는 것을 잘하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줄 타는 게 너무 재미있는 친구가 있을 수 있고, 그런 장르적인 다양성이 있고, 그 안에서 춤도 출 수가 있고, 광대가 될 수 있고 하니까 이거를 좋은 예술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심각한 고민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저희 오빠가 플레이서커스 대표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따라가다 보니까 하게 됐어요. 일상 속에서의 서커스들을 많이 발견하면서 조금 더 깊어지고, 그런 놀이들을 통해서 교육을 받으시는 분들이나 체험을 하시는 분들이 즐거워하니까. 물론 체력적인 소모가 굉장히 많이 돼요. 그런데 그 순간은 굉장히 신나니까 계속 하게 되는 것 같고 성취감을 얻고 무언가 도전하려고 하고 주체성을 갖고 가는 것 같아서 조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서커스라는 장르 자체가 협동을 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아이나, 어른이나, 장애인 친구들이나, 비장애인 친구들이나 모두가 사회 속에서 협동에 관한 것을 체험하고 그게 나아가서 그들의 삶 안에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동시에 너무 힘들어서 이걸 계속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도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들을 바라보면서.  

장애인분들과의 프로그램의 시작은 공연하러 갔었다가 교육사업으로 진행된 건데 여러 고민이 들었어요. ‘이들한테는 서커스는 뭘까?’ 처음에 저희는 너무 힘들었어요.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가…. 고민을 한 결과 ‘일어나기 힘든 친구에게는 일어나는 것 자체가 서커스다’, ‘그들의 입장에서 도전하고 성취해 나가는 게 뭘까? 그게 서커스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이번에 영상을 하나 찍었는데 그냥 시장에 가서 어르신들하고 사과 사서 한번 돌려보고 던지고 하면서 대표인 오빠하고 사회적 서커스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나눴어요. 문화예술교육 쪽으로 생각을 한다면 단순히 보여주고 박수 받는 것이 아니라 이걸 나누는 과정을 고민하고 있어요. 분명 서커스의 기능적인 부분과 사회적 서커스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요. 저글링 할 때 하나를 던지고, 받는 것도 대단하고 어렵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서 그거 하나를 했을 때 별거가 아닌 게 아니라 굉장한 것이다, 라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게 저의 욕심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채우병 / 저는 현재 영상감독으로 일하고 있어요. 촬영하고 편집해서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매체에서 주는 감동과 실제적으로 몸을 움직였을 때 오는 감동들이 달라요. 저는 연극을 오래한 사람으로서 몸을 움직이고 거기에서 오는 감동을 잊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조금 개인적일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지금 내 현실에서 연극을 했을 때 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연극을 계속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게 됐어요. 사실 돈 벌려고 시작은 했지만, 돈은 이걸로 못 벌고 있어요. 다른 일로 벌고 있어요. 아이러니하죠? 그런데 저는 이 일을 계속 할 거예요. 제가 이 일을 꼭 끝까지 하려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너무 재미있어요. 교육대상자들을 만났을 때 저에게 오는 에너지, 어르신들이 주는 에너지와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가 다 달라요. 항상 새로운 연극을 하는 것 같아요. 너무나도 새로운 감동을 얻을 수 있거든요. 저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계속 할 거에요! 그리고 이담이라는 단체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프로그램 개발을 할 거고요.  

 

임상빈 / 저는 예술교육이 문맹인 사람들한테 글자를 가르쳐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이라는 것도 하나의 소통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들의 소통도구라고 하면 언어와 문자 혹은 감정이 섞인 표정과 몸짓 그런 정도일 텐데, 이것만으로는 소통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잖아요? 감정의 디테일한 부분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서 어떨 때는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예술이라는 다른 언어를 가르쳐줌으로 인해서 기존의 언어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 부족함,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 느껴지게 해주는 것 그 방법이 예술교육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의미에서 다양한 예술장르를 접하는 사람들한테 그것을 온전히 맛을 보게 하려면 나만 느끼고 나만 아는 방법으로는 전달이 안 되기 때문에 번역이 필요한 거고, 프로그램을 디자인 한다고 것이 과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시대의 필요가 ‘유행과 트렌드’라고 하는 코드인데 이게 나한테는 없는 사고가 아니라 실은 갖고 있었던 사고인데 내가 아직 그걸 꺼내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시면 훨씬 더 당당하고 편하게 프로그램을 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뭐랑 섞지? 내 거는 새롭지 않기 때문에 다른 거를 끌고 와야 하는데 뭔가 자꾸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나의 장점들을 잃어버리고 눈치보기식으로 맞춰가는 것 같은 유행을 어떻게 터부시 할 것인가? 저항하면서 동시에 발견하는 힘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긴 시간 참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온어스

순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뜻의 ‘라온’과 영어로 ‘우리’라는 뜻의 ‘어스’를 붙여 만든, 모두가 즐겁다는 뜻을 담은 이름처럼 세 명의 음악치료사들이 누구든 음악을 쉽고 즐겁게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예술공동체이다.
 

이담 

'이야기를 담는 사람들'의 줄임말로서 세상의 이야기를 연극, 영화 그리고 더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으로 담아내려고 하는 젊은 집단이다.

 

프로젝트 곳곳

Everypart, Everypiece, Everywhere 의 뜻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 곳곳’은 공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의 신체에서부터 시작되어 너와 나,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공간을 인식하고 탐험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플레이서커스

'사람들의 일상에 꿈과 판타지의 경험주기' 라는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서커스 예술교육, 창작단체이다. 

 

임상빈(임체스)

체스말의 상징과 행마법으로 삶의 태도와 방향성을 연결 짓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교육예술연구팀 ‘잔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