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문화 재단
  •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이미지입니다.
  • 곁봄
  • 동네 화실을 운영하며 
  • 서수경
  • 2019.11.26

27호 곁봄 
동네 화실을 운영하며

질문하는 사람 / 최선영

답변하는 사람 / 서수경 (장수하늘소미술)



동네에서 10년 넘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장수하늘소미술’의 서수경 운영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목에서는 이 공간을 ‘화실’로 표현했으나 그것은 편집자 입장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운영자는 이곳을 정확히 ‘장수하늘소미술’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녀는 학원, 교습소, 화실, 공방, 스튜디오 등 이해하기 쉬운 개념을 쓰지 않을까. 기존 개념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정체성이, 실제 이 공간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모두 담아내기에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 한 공간을 부르거나 이해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개념이나 이름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곳을 채워나가고 있는 시간들과, 그에 대한 해석의 필요성을 생각해보자.
 

 

55

장수하늘소미술 (사진제공 : 서수경)

 

 

Q 현재 운영하고 계신 ‘장수하늘소미술’(이하 장수하늘소)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2006년에 작업과 병행할 수 있는 생계 방편으로 시작했습니다. 장수하늘소의 단단한 집게를 생각하며 교습소 이름을 지었어요. ‘굼벵이’, ‘거북이’등이 후보였는데, 결혼 직후 서울에서 3년간 해본 교습소 경험을 통해 지녔던 바람이나 문제의식이 고양시로 이사와 새로 시작 하게 된 교습소 작명과정에 반영되었던 거죠. 좀 다른 방향을 찾고 싶었던 마음이랄까요.

 

 

Q 장수하늘소 안에서 발견하거나 해체되거나 재정의되는 미술, 혹은 미술교육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장수하늘소는 동네에서 흔히 보는 미술교습소와 규모나 분위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청소년이나 성인들도 있지만, 주 대상은 초등생(7세부터) 연령대이고, 입시관련 수업이나 미술 대회준비는 하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짜여진 계획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고, 취학 전후에 만나 초등 고학년이나 청소년기까지 만남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억지로 다니는 친구들이 없고, 부모님을 졸라서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은근한 자랑거리이자, 제 경험을 나누게된 배경인 듯 합니다.

 

---미술 :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 그림.조각. 건축. 공예.서예가 있다.

   <출처:네이버 어학사전>

---미술교육 :미술의 표현 기술을 가르치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마음을 기르는 일.     <출처:한자사전>

 

장수하늘소의 수업내용과 교육목표는 사전적 정의와 일치하기도 하고, 많은 미술교육기관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접근방법이나 진행방식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특별한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문제의식과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착된 것입니다. 미술교육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 누구라도 적용해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술의 큰 틀과 제반 여건이(공간이나 시간 혹은 재료 등) 허락되는 선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모든 작업은 스스로 선택합니다. 선택이나 진행과정에서 교사는 제안도 하고 함께 의논도 하지만 최소한입니다. 작업주체와 그 작업이 맺는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안전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련한 몇 가지 규칙은 꼭 지켜야하는데, ‘물건 던지지 않기’, ‘자기 자리에서 작업하기’ 등과 같은 것입니다.

미술교육 현장에서 여러 이유로 그 주체인 어린이들의 마음이 배제되고, 짜여진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인상을 받습니다. 아이들이나 학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만의 느낌은 아닌 듯합니다. 교습소 운영 초기 저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준비해서 매끄럽게 진행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작업주체인 ’어린이의 그 마음’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못했다는 반성과 모색이 지금의 수업 진행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진행형입니다.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실마리로부터 출발해, 스스로 선택한 재료, 도구와 표현방법으로 몰입한다면, 그 모든 것은 창작과 치유의 토대가 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적극적 수용으로서의 학습에 대한 자발적 요구로 이어집니다. 자연스런 과정입니다. 작업과정은 치유와 성장을 선물합니다. 치유는 어떤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성장과 양면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지지받고 격려 받은 마음은 오래 남아 삶을 격려하리라 생각합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미술교육인가?’ 라는 조금 무거운 질문을 오래 품어왔습니다.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한, 그 마음을 위한 교육’의 역할로 미술이 참 좋다는 걸 장수하늘소를 통해 배웠습니다. 청소년이나 성인도 마찬가지지만, 어린이 미술교육에서만이라도 그 본연의 목적이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사족

사교육 시장에서 교육상품이 되어버린 미술교육의 현실이나, 그 무엇도 경쟁논리를 피해갈 수 없는 사회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장수하늘소 운영하면서 많이 경험한 일입니다. “다 좋은데, 그래도 그림을 좀 잘 그리게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아쉬워하셨던 학부모님들이 참 많으셨답니다. 무언가를 잘 하게 하는 것이 왜 나쁘겠어요. 그런데 미술의 폭이 넓은 만큼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도 다양해요. 그리고 그것도 변해요. 1년 내내 미니어쳐 만들기를 하던 친구가 갑자기 소묘를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중요한건 자발적 마음을 거스르면서까지 꼭 가르치고 익혀야 할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입시를 지도하진 않지만, 거쳐간 친구들 중에 미술을 전공하거나 준비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죠. 당연히 익숙한 미술의 범주인 그림을 주된 작업으로 하는 친구들도 있구요. 제 경험이 미술교육 성공담으로 읽히길 바라진 않지만, 너무 특별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7

(사진제공 : 서수경)

 


 

Q 요즘은 장수하늘소에서는 어떤 만남이나 순간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과 뭉클 반짝하는 순간들이 항상 함께 있습니다.

 

<일상적 만남>

 

풍경스케치하듯 말해볼게요.

화실에 오면, 실내화 갈아 신고 한 주간의 안부수다를 나눕니다. 

각자 알아서 재료 도구 챙겨와 작업을 시작합니다. 제각각 다 다른 작업을 하는데, 몇 달째 이어지는 작업도 있고, 새로 시작되는 작업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작업계획을 갖고 옵니다.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4시 수업의 예

풍경화(3주차)/종이접기/ 건물모형 만들기(4개월째. 종이와 나무)/ 레고 부품 이용한 작업 /작업실 미니어쳐 만들기(2018년에 시작된 작업)/명화 변형 그리기/종이집 만들기/나무건담 만들기/젠탱글

 

크고 작은 소동으로 분주한 날도 있고, 다들 자기 작업에 열중하느라 적막할 지경인 날도 있어요. 어떨 땐 달그닥 소리와 음악소리만 나죠. 그럴 땐 흡사 가내 수공업장 같아요. 그런 순간들이 자주 있어요. 몰입이나 집중도 서로에게 전염 되는 거 같아요.

 

저는 재료를 찾아주거나, 도구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위험한 작업을 지켜보거나 돕습니다. 마음이 불편해 보이는 친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잘 될 때도 있고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구박만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풀리기 시작합니다.

 

음악을 고르는 일에도 애착을 많이 갖고 있는데 공간의 분위기 역시 중요한 무형의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시와 권정생, 임길택 선생님의 동시에 곡을 붙인 동요를 좋아합니다. 다른 곳에선 거의 들을 수 없지만, 화실을 거쳐 간 친구들에겐 너무나 익숙하죠. 

 

수업 말미에 20분 정도 인물 모델 드로잉을 합니다. 유일하게 제가 고집하는 프로그램인데, 관찰의 재미와 힘을 키우고 싶어 오래전부터 지속해 오고 있어요. 모델을 돌아가면서 하기도 하고, 제가 하기도 합니다. 놀랍도록 매력적인 드로잉이 수북합니다.

 

최근엔,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잘 설명하고 부탁하면 어린 친구들도 잘 따라줍니다. ‘작업으로 재미나기’를 꾀하는 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어떤 순간>

 

*몇 개의 장면

―노래의 어느 대목을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떼창으로 부르다 다들 까르르 한꺼번에 웃습니다. 자주 있는 특별한 순간이예요. 함께 경험하는 그 순간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제게도 소중하고, 마음을 많이 쓰는 부분입니다. 

 

―수업 말미에 하는 인물드로잉 시간입니다. 갑자기 9살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큰 소리로 ‘아―, 이런 거였구나, 이렇게 거북이처럼 그리니까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려지는구나’라고 했습니다. 개안의 순간이랄까요. ‘난 앉아있는 사람은 못그려요’라며 난감해하던 끝에 무언가를 알아버린 거죠. 

 

44

(사진제공 : 서수경)

 

‘어어 그려진다 그려진다’ 자기 자신을 신기해하기도 하지요. 누워있는 친구를 그리는 도중이었어요. 

 

22

(사진제공 : 서수경)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고 시무룩해서 온 친구가 작업 후 말랑해진 얼굴과 마음으로 집에 갔습니다. 실 팔찌 만들고 싶다 했고, 익히는 과정에서 두 번 울었습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방법을 터득했고, 집에 갈 때는 웃었답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몰입한 작업은 그 자체로 치유와 성장을 줍니다. 


 

Q 장수하늘소 운영 외에 서수경님이 하고 계신 작업이나 활동 중 소개해주실 내용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회화작업을 합니다. 그간 두 번의 개인전을 했고, 왕성하진 않지만, 전시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 작업과 수업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농사도 제겐 중요한 활동입니다. 

 

올해 좀 특별한 활동으로, 동네 유치원에서 하고 있는 실험이 있어요. 작업주체인 아이들의 마음을 중심에 둔 수업에 관한 것인데, 장수하늘소 경험을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장수하늘소의 수업은 여러 면(수업규모, 시간, 공간, 관계:교사―학생―학부모간, 미술활동에 대한 인식)에서 좀 특별하고, 제가 갖고 있는 몇 가지 확신과 가능성이 그 특별함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 1회 5세, 6세, 7세 유치원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제 30차례 정도 되었어요. 수업시간은 짧고, 아이들 나이는 어리고 인원은 많고(작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2명 가량)해서 장수하늘소 수업과는 많이 다른 조건이지만, 제 기대보다 더 큰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아이들의 표정이나 작업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는데, 말로는 전달하기 어렵네요. (웃음)

 

취학 전 공교육 기관이랄 수 있는 유치원수업에서도 응용 가능한 방법이면 ‘어디서나 되겠구나’싶어 혼자 설렙니다. 특정 기관이나 뛰어난 교사에 기댄 것이 아니라 더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특별한 곳, 특별한 사람에 기댄 성취나 경험들은 왠지 좀 쓸쓸하죠.

 

짧은 글로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 예로, 수업 진행자인 교사가 결과물을 고집하지만 않아도 아주 달라져요. 교사가 미리 프로그램을 준비해야겠지만, 주어진 재료와 작업 주제를 마음껏 변형 확장하고, 혹은 멈추거나 거절할 권리까지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지요. 

규칙을 잘 설명하고 부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5세 어린 친구들도 서너 달 반복적으로 설명하면 잘 따라요. 그리고, ‘잘한다’ 혹은 ‘못한다’라는 틀을 버리고, 정해진 결과물을 해냈는지 안했는지도 좀 버리고, 마음의 언어로 적극적으로 읽어주고, 옆 친구들에게도 들려주는 거죠. 물론 지속적으로요. ‘누구를, 무엇을 위한 미술교육인가’에 집중하는 거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버리고요. 

 

이런 접근이 지속성을 지니려면 미술교사 혼자는 어렵고, 부모님이나 유치원 차원의 지지가 있어야겠지요. 애써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Q 장수하늘소는 미술을 가르치는 것 이전에, 혹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나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운영자 입장에서 이야기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교육일까’ 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이기도 하고 조심스러움이기도 합니다. 어떤 기억과 느낌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고, 경험합니다. 오래 남아 마음을 살리는 기억이 될 수 있겠다 싶을 땐 참 좋아요. 기억은 미묘한 것들의 편집이라는 생각에 저도 미묘하지만, 구체적인 시도를 한답니다.

 

긴장 없고, 아늑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소한 노력을 합니다. 음악이나, 작업공간 배치, 오후 햇살, 창밖 풍경도 한몫 합니다.

 

새로운 친구가 오면, 함께 지켜야 할 규칙, 도구나 재료 사용법 등을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공간의 주인 같은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예요. 

 

가장 애쓰는 것은 ‘관계’인데, 핵심은 비교와 경쟁에 관련된 것입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비춰서, 함께 있으면 더 크게 빛나는 배움(작업)공동체입니다. 저마다의 매력과 색깔로 함께 배우고 작업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가 멋진 걸 해내면 그 경험은 모두의 것이 되는 것이죠. 각자의 독특함은 모두를 풍성하게 합니다. 매일 확인하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왜곡된 비교나 평가가 없어야 합니다. 경쟁의 논리에서 살짝 비켜선 곳에서 조금 다른 가능성을 찾고 그것을 확장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왜곡된 우월감이나 비교에서 오는 위축감이나 열등감 등 잘 드러나진 않지만 미묘하게 마음과 관계를 해치는 것들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고민해왔고, 실험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과정에서 실수도 배움도 많았습니다. 교사의 관점과 태도는 큰 영향을 미치고 오래 남습니다. 말로 하지 않은 것도 다 전달되지요. 해보면, 획일적 평가와 비교 없는 수업은 어렵지 않고, 모두에게 좋습니다. 

 

 ‘잘한다’라는 칭찬은, 많은 경우, ‘그럼 저는요?’라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실제 교사가 ‘잘한다’라는 표현을 할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생각해보면, 그러한 반응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채색에 애쓴 친구에게는 채색과정의 고단함과 채색 이후 그림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독수리 눈의 매서운 눈초리를 표현해보겠노라 도화지가 상하도록 애쓴 친구에겐 그 날카로운 관찰력과 표현의지에 박수를 보내는 거죠. 말하다 보니 너무 상식적인 얘기네요(보기 드문 상식이랄까요)

 

겨루는 마음 없이 친구의 성취에 감탄하고, 뿌듯하고 감탄에 찬 눈빛으로 자기 작업을 바라보며 웃는 친구들을 자주 봅니다. 그 순간이 참 좋습니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지만 점점 더 좋아집니다.

 

 

Q 동네의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지역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나 고민을 가지고 계신가요? 

 

오래 품은 고민이나 활동경험은 없습니다. 한자리에 오래 있다 보니 초기에 만났던 친구들은 청년이 되었어요. 시간이 더 흘러 제가 정말 할머니가 되면, 그간 만나왔던 친구들이 모여 작업하는 공간이 될런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동화처럼요.


 

Q 장수하늘소에 오는 사람들과 앞으로 어떤 활동 혹은 관계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단편적 생각들이 있을 뿐입니다. 제 개인 작업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는 터라, 수업 외에 다른 활동계획은 없습니다. 자신도 없고요. 하지만, 장수하늘소라는 공간에서 축적된 관계와 경험들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자기 길을 만들어 가겠지요. 삶이 그런 것처럼요.

 

다만, 미술교육(특히 어린이)에 대한 제 경험들을 나누는 것에 대한 생각은 깊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더 고단해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온 어른 중 한명으로서 미안함도 있고, 사교육 공간 운영에 생계를 의지해오면서 느꼈던 괴리감과 불편함이 깊기도 해서,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이라면 여러 통로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해주실 이야기가 더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수업 진행자인 교사의 접근방법과 관련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개인의 성품이라기보다는, 미술교사로서의 전문성에 속한 것이라 생각하고 말씀드립니다.

 

―통제 지시하려는 마음과 언어 사용을 조심합니다. 통제 지시 되는 상황에서는 치유도 창작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설명하고 부탁합니다. 어디에나 함께 지켜야할 규칙은 안전과 작업을 위해서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여러 차례 그 이유를 설명하고, 부탁합니다. 어린 친구들도 이해하고 따라줍니다. 오래걸리기도 합니다.

 

―작업에서 애쓰는 지점이 무엇인지 잘 들여다봅니다. 그래야 무엇을 배우기에 좋은 때인지, 배우고 싶어하는지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모를 땐, 물어봅니다. 작업이나 마음상태나 어떤 행동들에 대해 잘 모르면 조심 조심 물어봅니다. 자신을 판단하고 단정 짓는 사람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한다 못한다 말고 좀 다르게 이야기 하면 좋겠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지?” “거의 현미경 수준인데. 어떻게 이런 것까지 다 봤어?”   등등 수도 없이 다양하죠.

 

―작업과정에서 애쓴 지점을 잘 봐주고, 진정성 있게 애쓴 지점에 맞는 감동과 격려를 전합니다. 어린 시절 미술교사는 어린이의 첫 관객이 되는 셈입니다. 수업의 방향에 대한 학부모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서수경

회화작업을 하고,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미술수업을 한다.

마음을 살피고 북돋는 미술수업을 궁리하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사범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