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봄
- 지지봄봄 10년, 갈 길이 멀다 - 네번째 주제 "야생성 살리는 교육"
- 고영직 _문학평론가
-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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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생명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 자체가 야생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으려고 하잖아요. 식물을 보더라도. 그 상황 속에 적응해가기도 하고. 그러한 생명력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어떨 때 발현이 제일 잘되지? 하고 지켜보면, 실제 그게 자율성이 주어지는 환경 속에서 그런 생명력이 싹트는 것들을 보거든요. 우리가 야생성을 자칫하면 교육 한다고,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생명력, 호기심을 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꺼이 겪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거잖아요? 그게 저는 삶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은 누구나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 호기심이 틀에 박힌 환경 속에서 거세되어 가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나.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다시 야생성을 살린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본래 갖던 삶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금 갖게 하는 과정? 그럼으로써 기꺼이 어떤 상황을 기꺼이 겪게 하고, 그 겪음을 통해서, 뭔가 또 새로운 즐거움을 맞보고, 그 즐거움을 통해서 뭔가를 배워나가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영직: 힘을 길러라. 이 말씀으로 요약이 되는 것 같고요. 니체도 얘기했지만, 어린아이가 되라, 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무리 팔순, 구순의 어르신이라 할지라도, 몸의 겉껍데기가 늙어가더라도, 속껍데기가 늙어가서는 안된다, 이런 차원으로 이해가 되고요. 내 왼쪽 가슴의 어린이를 좀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들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다원 선생님, 야생성, 도대체 이 야생성이 있는 겁니까?
유다원: 저희가 변방에 있는 상황에서, 현재 코로나 상황이 되어서, 예술가, 기획자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이, 코로나라서 못했어요. 코로나라서 비대면이예요. 코로나라서 멈췄어요. 코로나라서 할 수 없어요. 이런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원사업을 받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저도, 협력기획자나 멘토, 모니터링이라는 명찰을 차고 가서 만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거기에서도 항상 아 이게 문제예요. 지원사업이 이런 것들이 잘못됐어요. 이게 싫은 거 같아요. 이런 언어들을 굉장히 많이 듣거든요. 그래서 저는 조금 예술가나 기획자들의 야생성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원래 공공미술을 했었는데, 정책에서 공공미술을 많은 예산을 주면서 지원을 했죠. 전국에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많은 공간들에 예술가가 가서 조형물을 설치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어찌됐든, 예술가들이 그것을 어떤 정체성에서 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 과정들이 굉장히 많았고, 또 정책이 바뀌면서 그 사업들이 전체가 없어지면서, 그런 활동들을 고민했던 예술가, 기획자들의 자리도 굉장히 많이 사라졌는데,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홀홀단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을 사실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기획서를 쓸 때도 저희의 스타일에 맞춰서 쓰고요. 결과보고서도 그냥 저희가 즐거운 대로 맞춰서 만들었어요. 우리가 그동안 너무 지원사업이나 정책에 어떻게 보면, 길들여졌던 것이 아닌가. 예술가들이 코로나 상황에 비대면으로 하라고, 전시도 비대면으로 영상을 사용해서 하라고 하고. 그런 방식으로 똑같이 하고, 그러지 말고 우린 다른 방식 없을까? 예술가로서의 약간 반항심. 전복성, 이런 것들을 끄집어 올려서, 사실 어떤 방식으로 우린 이걸 대처하고, 바꿀 것인가, 조금 비틀어 볼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재밌게 이것들을 활용해서, 나의 작업으로 이끌어 올 수 있을까하는 것들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거기에서 우리에게 야생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획자도 역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고영직: 제도에 순치되지 말고, 내 안의 반항성을 살리면서, 제도를 넘어설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자는 말씀으로 요약이 되고요. 이야기 중에 변방이라는 말이 다가오네요. 가장자리, 변죽을 울린다 할 때 가장자리에서 중심을 울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얘기도 영감 있는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경옥 선생님은 이 주제에서, 어떤 말씀을 할 수 있을까요?
김경옥: 저는 야생성이라고 하는 주제를 끄집어내시면서 아까 크리스 이야기를 하셨는데, 크리스라는 사람은 지금 노인이죠. 칠십 노인인데, 할아버진데, 지금도 히피처럼 살아가고 계시단 말이에요. 미국의 작은 소도시에서, 프리스쿨이라는 작은 대안학교를 운영하시면서 있는데. 이분을 제가 가장 최근에 만난 게 2014년도. 그 해에 우리가 잊지 못할 세월호가 있었고, 세월호가 있었던 그 해에 제가 활동하는 민들레 출판사에서 크리스의 책을 새로 한 권 냈었어요. 그 책 제목이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 이였어요.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은 ADHD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빗대어 한 이야기였는데, 그 책을 내면서 제가 크리스를 초대했단 말이에요. 초대하면서 주고받는 서신에 세월호 얘기를 했었고, 슬퍼하시고, 애도를 표현하시면서, 그런 가운데도 이분이 하시는 말씀이 왜 가만히 있었을까? 이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크리스가 와서, 작은 이야기 자리도 만들었는데, 그때도 크리스가 “왜 아이들은 가만히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 했단 말이에요.
사실은, 야생성이라고 하는 건, 본디 있는 거잖아요. 본디 있는 힘인 건데, 가장 지켜내고 싶은 건 생명이겠죠. 그 다음에 자라면서, 사회화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지켜내려고 하는, 센서티브함이 발달을 할 텐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감성, 안테나, 이런 것도, 총량의 법칙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센서티브는 거세되고, 사라지고, 오히려 다른 가지들이, 대학진학이라든지, 뭐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이런 거에 안테나를 계속 펼치다 보니, 센서티브의 총량이 그쪽으로 몰리면서 정작 발휘해야 될 어떤 힘, 민감함, 알아채기, 이런 것들은 잘 안 되고 있었던 거 아닌가.
그게 잘 안되게 하는, 그야말로,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고 갈고닦고 벼려야 되는 어떤 힘은 거세시키고, 그러니 않아도 되는 힘은 계속 부추기는, 이런 상황이 우리의 사회나 학교나 이런 모든 곳에서 그런 자극들이 있어온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우리가 가져야할 센서티브함을 복원시켜 내거나, 거세된 것들을 다시 살려내거나, 자극하거나 하는, 어떤 작용이 되게 필요한 거죠. 센서티브함을 살려낼 작용이 필요한 거죠. 가만히 있지 않아야 될 때, 자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존재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서 센서티브함을 발휘해야 될 때 발휘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게 저는 지금 이 유튜브에 지금 접속하고 있거나, 이 자리에 있거나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할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그 걸음에 힘을 빼지 마시고 더 잘 걸어가시길 당부하면서 저도 함께 하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영직: 우리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기뻐해야할 때 같이 기뻐할 줄 알고, 같이 슬퍼해야할 때, 같이 슬퍼할 줄 알고, 때로는 분노해야 할 때 같이 분노할 줄 아는, 그런 감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요. 2014년에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선생이 오셨을 때, 가장 인상적인 워딩은 ‘들꽃같은 야생성이 우리에게 다 있다’는 거죠. 아이들에게 다 있다는 건데 이 야생성을 막는 것은 불도저가 아니라, 어떤 제도나 이런 것들은 항상 불도저처럼 야생화를 짓밟으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불도저가 아니라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김월식: 저는 문화예술을 통해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꼭 야생성이 회복된다고만 보진 않아요. 제 주변에 제가 존경해마지않는 시민력을 갖고 있는 분은 다 야생성을 갖췄단 말이죠. 그럼 그분들이 문화예술인이냐? 그렇진 않다는 말이죠. 그래서 제가 아까 그 질문을 드렸듯이 ‘예술이 뭐냐’는 얘기예요. 그래서 그거는 저는, 아까 선생님이 우연을 어떻게 다루냐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불확정성을 마주했을 때 대처하는 개인의 능력이라는 거잖아요. 양자역학 얘기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예술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매뉴얼에서 조금만 엇나가도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고, 매뉴얼을 달라 그러고, 우리의 문화예술교육현장에서는 심지어 그걸 키트화해서 나눠주면서 하라고 하고. 오히려 야생성을 죽이는 일들이 되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이런 것들을 좀 감내하고도 불확정성 앞에서 스스로 자기 용기를 내서 실천해나갈 수 있고, 사고,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 저는 뭐 그게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임재춘: 제가 이해하는 야생성은 시민력이랑 매우 밀접한 얘긴 거 같아요. 길들여지지 않는 것. 야생성을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덧붙여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는 ‘제 꼴대로 사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요. 소로우의 100년 전에 나온 책이죠,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책이 갑자기 떠올라요. 그런 문장이 나오거든요.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시민, 인간은 국가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원할 때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요. 또 하나는, 누가 뭐라든지 간에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이제 그럼으로써 시민이 된다는 이야기로 제가 기억을 해요. 그것이 바로, 내가 내 꼴대로 살고,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내가 설계해서 결정, 선택해서 살아갈 용기.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야생적인 삶, 야생성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고영직: 우문현답을 다섯 분 선생님께서 다 해주신 것 같고요. 꼴이라는 게 저속하게 표현하면, 꼬라지라는 말로 나타나는데. 꼴이나 꼬라지는 결국 형태를 얘기해요. 예전에 어떤 탤런트가 드라마에서 “꼬라지하고는” 이런 대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제 꼬라지, 제 멋대로, 이런 것들을 가질 수 있는 능력,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스스럼없이 해 나가는 능력, 이런 것들이 저는 문화예술교육이 놓치지 말아야 되는 중요한 목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 추천”
이제 가을밤이 너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될 시간인데요. 제가 다섯 분 선생님께 작은 부탁을 드렸어요. 책 1권씩을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왜 이런 책을 추천하는지와 더불어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광주에서 참여하시는 박형주 선생님께 먼저 부탁드려도 될까요?
박형주: 김성우, 엄기호 두 분이 쓰신,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라는 책을 추천을 했어요. 지금 이야기했던 것들을 한마디로 표현해보면, 삶을 살아가는 힘, 능력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고, 삶의 리터러시라고 표현하는 건데, 이 리터러시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지식을 확산, 공유하고, 활용하고, 정보기술 역량을 키워가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알아가는 것,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기 보다는, 능력의 부족함에 대해서 성찰하고 성찰 속에서 소통해야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라서, 오늘 이야기 나누었던 것들의 핵심 키워드들을 여기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라는 책을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지금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영직: 저도 이 책을 읽고, 웹진에 서평을 쓴 바가 있습니다만, 오늘 다섯 분의 선생님께서 공통적으로 리터러시를 언급해주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적절하게 소개를 해주신 것 같고요. 저는 이 책의 키포인트 중 하나가, 우리가 역량이라고 하는 게 무엇인가. 그런 차원의 대목이 있어요. 역량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에 우리가 유연함을 배우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나왔던 답변하고도 통하는 것 같은데요, 유연함을 배우는 것이라는 차원도 생각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이번엔 임재춘 선생님이 추천해주실까요?
고영직: 저도 이 책을 읽고, 웹진에 서평을 쓴 바가 있습니다만, 오늘 다섯 분의 선생님께서 공통적으로 리터러시를 언급해주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적절하게 소개를 해주신 것 같고요. 저는 이 책의 키포인트 중 하나가, 우리가 역량이라고 하는 게 무엇인가. 그런 차원의 대목이 있어요. 역량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에 우리가 유연함을 배우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나왔던 답변하고도 통하는 것 같은데요, 유연함을 배우는 것이라는 차원도 생각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이번엔 임재춘 선생님이 추천해주실까요?
임재춘: 작년에 읽은 책인데 리베카 솔닛의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라는 책을 소개할까 해요. 솔닛은 사실 예술비평가, 문화비평가, 페미니스트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미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정치비평, 사회비평을 하기도 하는 여성인데요. 이 책에서 제가 중요하게 봤던 거는 호명에 대한 이야기였었어요. 세상을 바꿀 때,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을 하고자 할 때, 꼭 뒤따르는 일이 이름을 바꾸는 일, 이름을 새롭게 짓는 일. 문제를 정확하게 부르는 일, 이런 것들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이것에 저는 크게 공감했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한 사람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호명은, 이름이라고 하는 것은 간단치가 않다는 거죠.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이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지향들을 담아서 이름을 짓잖아요. 이름의 중요성을 우리는 알고 있는데, 예술강사, 기능인으로 호명 짓는 어떤 것들, 행태들이 문화예술교육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내가 짓는 사업명, 프로그램명, 내 역할들이 모두 사실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 사회적 가치, 예술의 가치와 굉장히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호명에 대하여 라고 하는 화두가 바로 이 책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어서, 한번 좀 생각해보실 수 있는, 그리고 자기 활동들을 반추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소개하려고 가져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