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봄
- 손으로 채워가는 소소한 일상, 예술작업실 도란
- 김영랑 _예술작업실도란
-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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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업실 도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7년도부터 ‘예술작업실 도란’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다른 작업하시는 분들과 같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예술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고 저희가 하고 싶은, 내가 어린이면 해보고 싶을 것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단체이다.
어떻게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지금 단체를 함께 꾸려나가고 계신 분들과의 만남이 궁금하다.
우선은 제가 맨 처음에 관심을 가진 건 학부 때 교육 실습에 관련된 과목이 있었는데, 그 과목이 재밌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응용해서 교육을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때가 마침 문화예술교육사가 새로 생긴 해였다. 관심이 생겨 어떤 교육 단체에 들어가서 교육도 직접해보면서 발을 디디게 되었다.
이전에는 회사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와 그들의 정체성이 있었다. 나는 이런 저런 것들을 해보고 싶은데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내가 직접 하면 내가 하고 싶은 교육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단체를 만들어 지원사업도 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맨 처음에는 유리공예를 하는 친구와 함께 시작했다.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려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친구의 사정으로 지금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 지금 함께하고 계신 분들은 성남문화재단에서 유아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들이랑 합도 잘 맞고 이상도 잘 맞아서 2-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지원사업이나, 문화예술교육 관련 자리에서 만나게 되어 활동을 이어가시는 사례도 많은 것 같다. 올해는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20년도 경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단체에서 진행하고 계신 교육 프로그램(활동)은 어떤 활동들로 이루어지는지 여쭈어본다.
말씀하신 것처럼 경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진행했고, 경기 상상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양손학교’, 경기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꿈의 학교’를 진행했다. 주로 어린이나 성인대상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도예를 전공했기 때문에 주로 ‘손’으로 만드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같이 작업하시는 분들이 회화, 디자인, 공간 인테리어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주로 시각예술, 혹은 그런 것들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어떤 것인가.
기획을 할 때 항상 고민되는 지점인데, ‘이걸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한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없으면 프로그램도 하나의 행위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심한다.
이것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이 프로그램 안에서 녹아나온다고 생각한다.
항상 회의를 많이 하는데, 함께하는 선생님들도 욕심이 많아서 회의가 항상 길어지고 옆길로 샐 때도 많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 ‘일상에서 재밌는 예술적 요소를 찾아내고 조금 더 재밌게 다르게 보자. 나아가서는 그 활동으로 인해 참여자들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과정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요소들을 담아내려 하다 보니,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찌개를 끓이며 각각의 재료들의 맛이 함께 어우르듯이, 프로그램 안에서 많은 요소들의 어울림과 조화를 염두에 둔다. 김치찌개를 만들 때 두부도 있고, 파도 있는데 함께 끓이니 잘 어우러지지 않나.
올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만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까? '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관계’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다. 평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참여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법, 소통해 나가는 방식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강사가 너무 선생님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참여자 친구들을 만날 때도 ‘학교 선생님’ 보다는 친근하고 ‘우리 오늘 재밌는 거 하러 왔는데 너네가 같이 해 줄거야’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처음에는 놀이 식으로 친해지기도 하고 아이들과 친밀도를 형성하려 노력한다. 온라인 상에서도 이런 부분을 반영하려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2020년 상반기 모두 잠시 멈춤 상태일 때, ‘재난학교’를 진행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재난학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재난 학교’는 사실 코로나19 상황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다양한 재난상황이 벌어져왔고, 이런 상황들에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해왔다.
요즈음의 우리는 지진, 가뭄, 암전 등 다양한 재난상황에 놓여있다. 어린이들이 비상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대처방법을 숙지하고, 과학, 예술, 놀이적 요소들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상 속 재료로 집을 짓는 방법, 깨끗한 식수를 구하는 방법, 불빛으로 구조신호를 표현하고 시각예술로 바라보는 방법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학교이다.
올해 4월 이후로도 많은 고난과 시련이 있었을 것 같다. 올해 진행했던 교육활동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의외로 긍정적인 점도 있었을까.
경기 꿈다락에서 ‘방구석 예술 돋보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년에는 이 작업실 근처 주변을 탐험하고 알아보는 시간이었으나, 올해는 대면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 공방을 못 온다면 각자의 집이나 동네를 탐험해보자’라고 생각해 프로그램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과 집이랑 자기 동네에서 온라인으로 탐험을 하는 방식이었다.
진행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처음 겪는 상황이라 회의할 때 너무 혼란스러웠다. 애들이랑 어떻게 비대면 교육을 할 수 있지, 일반 성인들도 3시간 동안 인터넷 강의를 듣기가 쉽지 않은데 이 교육목표에 맞는 활동들을 할 수 있을지 되게 부정적이었다. 상황이 닥쳤으니 뭐라도 하려다보니 생각보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재밌는 요소들이 많았다. 방구석 예술돋보기를 할 때는 네이버 지도, 구글 지도로 아이들이 주소를 다 받아서 한 명씩 온라인에 있는 친구들의 동네를 탐험해봤다.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주었다.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외에도 ‘집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지도를 활용해서 파리도 갈 수 있고 다른 나라에 가봤다’ 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매체에 익숙하다 보니, 쉽게 응용을 하고 재미있어 하더라. 처음 시도하느라 고생했지만 ‘기술과 교육이 합쳐진 프로그램도 재밌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비대면 콘텐츠 프로그램(혹은 다른 방식)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궁금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줌(인터넷 화상프로그램)이 내 맘대로 안 될 때이다. 미리 모여서 테스트를 하는데도 어떤 날은 사람이 조금 접속해도 이유모를 오류들이 발생한다. 틀어지고 느려지니까 아이들이 계속 우리한테 안된다고 요청도 많이 하는데 기술적인 오류를 직접 해결해야했기 때문에 강사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 하셨다.
그리고 영상촬영을 할 때에도 마치 유튜버가 된 것처럼 말을 하게 된다. 보통 수업을 할 때 현장에서 말을 하면 공백이 생기기 마련인데, 촬영을 진행하며 공백이 있으면 곤두서게 된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은 모든 대사를 다 적어서 미리 외우고, 대화에 공백이 안 생기도록 했다.
올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공간의 변화가 단체에게 주었던 가장 큰 변화가 있었는지 여쭈어본다.
공간의 변화는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사실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공간에 맞춰서 교육의 요소들을 결정하게 된다.
제한적인 상황 안에서 가장 재밌는 어떤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점들이 어려웠다.
하지만, 초반에 진짜 사람이 변화에 적응을 잘 한다고 느꼈던 점은 ‘온라인도 시도해보니까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이었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을 현장에서 진행할 때, 예를 들면 만나서는 아이들과 같이 어떤 활동들을 함께하는 것이 수월하지만,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 부모님이 관심이 없으면 아이들이 뭔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에게 가장 친숙한 단위인 ‘집‘에서 일상 속에서 가깝게 있는 것들로 뭔가를 바꾸는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적 삶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진다면 어떤 형태로 바뀌게 될까? 단체 분들이 추구하거나 시도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의 형태가 있다면?
무조건 대면 수업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현장에서 아이들이 느낀 것들을 가정에 돌아가서 할 수 있도록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교육이 혼합되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
비대면 콘텐츠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두 시간 수업을 하기 위해서 강사들이 사전작업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이 든다. 키트부터 활동지 등을 아이들이 직접 할 수는 없으니 부모님들한테 전달 드리고 받아서 공유하는 등 필요한 제반사항들이 많다. 또한, 수업의 인원도 강사 일인당 네 명 다섯 명 정도와 함께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 이번 수업진행 시, 사람이 많아지면 접속이 안 될 수도 있어서 5명씩 나눠 진행하였다. 이야기 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던 것 같다. 현장의 힘든 점을 많이 알아주시면 좋겠다. (웃음)
우리가 앞으로 추구하거나 시도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형태는 전반적으로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게 주된 활동이라고 할 순 있지만, 우리는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많다. 그런 관심사들을 포함시켜서 소리나 폴리사운드라던지 놀이영역으로 확장된 형태로, 음악은 아니지만 여러 콘텐츠가 잘 어우러지는 지점을 시도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