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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시점] 현실학교? 미래학교? 구해줘 학교!
  • 이창훈 _시각예술가
  • 2021.01.14




 


WWW(World Wide Web)은 1989년에 개발된 이후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사용자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새로운 공간은 이제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물까지도 연결해 소통할 수 있게 그 영역을 확장시켜 왔다. 최근 IoT(사물인터넷),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 IT(정보기술) 등의 발전은 사람과 프로세스, 그리고 데이터와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더욱 지능화된 ‘초연결사회’를 탄생시켰고 물리적 접촉 없이도 작동하는 사회가 단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 변화의 속도는 예상을 초월하기에 도래할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교육계의 관심 또한 당연하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분석하고 그 역량들을 함양시키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이며, 이는 실제 각국의 교육현장에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기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양한 장밋빛 미래의 학교 상에 대한 청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미래인재 양성과 미래지향 스마트 교육여건 구현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그린의 융합 뉴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한 계획이 대표적 예라 하겠다.
 

한편 인간의 발전된 의학 기술로 곧 잡으리라 믿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 1년간 우리의 오만을 비웃으며 우리의 모든 일상에 퍼져갔다. 그것은 우리 삶의 패턴 뿐 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마저 변화시켰다. 멈추어 버린 문명의 역설은 자연을 되돌려 우리에게 던지던 묵시적 경고를 가시화했다. 우리를 본래의 인간 서식지인 자연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으며, 공적 공간으로 분화되고 확장되던 우리의 활동 반경을 최소한의 마찰이 가능한 집에 붙잡아놓고 ‘우리’가 아닌‘나’에게 집중하게 했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상의 삶이 당연하지 않게 된 현재, 우리의 삶은 비로소 대상화되고 객관화되었으며, 밖으로만 달려가던 우리가 혹시 놓치고 간과한 것은 없는지 좌우를 살피고 지나온 길을 반추하게 하였다.
 

한편 우리는 지금 사람 간의 불필요한 물리적 접촉이 최소화된 기능적 초연결사회가 만들어갈 가까운 미래를 앞당겨 경험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느닷없이 들이닥친 미래는 희망적 가능성을 가리운 채, 현실적 부적응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며, 그 미래 사회에 대한 우리의 청사진을 재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점은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있는 교육현장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어야 한다.
‘일정한 목적 하에 전문직 교사가 집단으로서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기관’은 학교의 사전적 정의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코로나시대에도 등교하지 않고 스마트한 방식을 통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음의 가능성을 우리는 확인했다. 그러나 학교가 단지 수직적 관계에서 지식의 습득만을 위한 곳인가?
 

모든 것이 멈춰 버린 지금,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원론적 질문들을 자문할 때이다.
 

나는 시각예술을 하는 작가이다. 코로나19가 심각단계를 반복하던 지난 6월부터 건축가그룹<건축공방>과 학교문화예술공간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교육청이나 그 유사한 공공에서 이뤄지고 있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외 ‘꿈담교실’, ‘아지트 프로젝트’ 등 무수한 선행 사업들을 우선 떠올렸다. 그러나 나와 같은 시각예술가와 건축가가 머리를 맞대고 학교 공간에 대해 고민해 보라는 것은? 아마도 선행 사업들의 결과들이 보여주었던 학교에 대한 미적, 기능적 측면의 강조로 물리적 공간의 시각적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고착화된 학교 질서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야기 시키는 또 다른 방법적 모색을 하라는 것이리라. 공간의 실질적 사용자인 학생들과 충분한 사전 워크숍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공간에 적극적 반영할 것과 시기가 시기인 만큼 코로나 시대에 과연 학교라는 공간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 주안점을 둔 것은 학교가 학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는 지금, 순리에서 벗어나 물리적 거리를 두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과연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근원적 질문으로의 회기였다.

 


그리고 전업 시각예술작가로 성장한 어른이 된 나도 나의 어릴 적 학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지금의 학교는 청소년들에게 무엇일까? 이들
이 원하는 학교상과 필요로 하는 공간은 무엇일까? 매일 매일 반복된 일상, 단체 생활이 주는 피곤함에 간혹 학교라는 곳에도 혼자되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그냥 잠시 멍해져도 뭐라 하지 않을 그런 장소, 그러면서도 지금의 팬데믹 시대의 거리두기에도 자연스럽게 부합되는 그런 장소. 그러나 이러한 어른의 시선으로 생각해본 추측은 학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깨져버렸다.
 

워크숍 중 한 학생에게 본인이 떠올린 이 사색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구해봤다. 학생의 대답은 “그러한 공간은 학교 외에도 있다. 집에도, 독서실에도, PC방에도, 굳이 학교에까지 그런 사색공간이 필요할까?”였다. 많은 학생들에게서 비슷한 답들이 워크숍을 통해 도출되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학교란? 공부하는 곳이며, 동시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곳이었다. 그렇다. 학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능할 지식을 배우는 곳이며, 또한 친구들, 선생님들과 수평적, 민주적 관계 속에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때로는 부딪치고, 해결해가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덕목을 습득하는 곳이다. 그것은 목적과 용도가 명확한 기능적 공간이 아닌 여지의 장소이자 만남의 장소다. 수업 시간 외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 함께 쉬고, 떠들고, 울고, 웃을, 그렇게 우리를 배워갈 ‘광장’이 이들에겐 필요했다.

          

동두천 중앙고 이찬의 학생의 학교문화예술공간 아이디어 /  갈매고 유윤상 학생의 학교문화예술공간 아이디어


나와 건축공방은 정해진 하나의 구체적 목적을 가진 특별한 공간보다 학교 전체를 아우르는, 최소한의 몸짓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교에 녹아들고 작은 변화를 소소하게 촉발하는, 그러나 시간과 함께 작동하는 그 무엇의 장치를 찾기로 했다.
 

그 장치의 디테일한 디자인은 현재 진행 중이나, 기본적 형태는 우리의 독창적 건축 양식 중 대청마루를 모티브로 했다. 대청마루는 안과 밖,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공간이며, 휴식의 공간이며, 만남의 공간이며, 여지의 공간이기에 이 여지를 통해 주 공간을 되살리는 것이 컨셉이다. 우리의 결과물도 교실 외 여지의 공간인 복도, 계단 등 교실과 교실을 이어주는 지대를 활용할 계획이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의 많은 것들을 멈춰 세웠다. 모든 부정적 언어를 빗대어도 어울릴 암울한 시대이다. 그럼에도 억지로 반면교사하고 전화위복할 거리를 찾아 위안을 삼아 보고자 한다면, 그것은 미래로 내달리던 우리를 멈춰 세우고 잠시 뒤돌아보게 한 것인지 모른다. 멈춤 없이 내달려 도착했을 가까운 미래의 단상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인지 모른다. ZOOM으로 만나는 어색하고 불편한 비대면 수업이 조금씩 익숙해질 즈음,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이렇게 될 수도 있겠는데! 하는 마음 한편에 자리하는 또 다른 불안과 불편을 우리는 느낀다. 코로나가 전하는 이 같은 경고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모든 것들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새로운 답을 구할 때이다. 모든 것이 멈추고 본질을 드러내는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왜냐하면 코로나는 언젠가 극복 될 것이다. 그러나 공포의 잔상은 남아 언택트 사회를 가속화 할지 모른다. 아니 이미 가속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 이후 우리는 또 다시 미래를 향해 달려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