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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혜정 _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유아 문화예술교육 사업담당자
  • 2021.01.14

 

 

일시 : 2020. 11. 16(월)
방식 : 유튜브, 줌 화상플랫폼 이원화 현장 송출
주제 : 예술가와 유아가 만나는 순간
함께한 사람들 : 2020 경기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운영기관 7곳 행정가·예술가 16명, 예정원(독립기획자), 조재경(고무신학교 대표), 원혜정(경기센터 유아사업담당자)

 

 

[<세가지굴레> 영상 속 장면]

 

코로나19로 기존 방식이 무너진 현재, ‘예술가와 유아는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고, 내가 갖고 있는 현장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란 쉽지 않았다.
 

① 예술가의 흔적 통해 만나기
*흔적: 예술가 없이, 예술가를 만나게 하는 매개체

② 온라인으로 만나기

③ 직접 만나기

 

이 세가지로 ‘2020 경기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운영 현장에서 예술가들이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방식을 정리했고, 예정원, 조재경 선생님과 함께 <세가지굴레> 프로젝트를 통해 세가지 방식에 맞춰 아이들을 만나는 시도를 해보았다.

그리고 2020년 11월 16일 월요일, 경기 유아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포럼 ‘키드득 : 유아에게서 깨닫다’에 참여하기 위해 ZOOM과 유튜브를 이용해 모인 ‘2020 경기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운영기관 행정가, 예술가들에게 <세가지굴레> 영상을 보이며 나의 궁금증을, 질문을 직접 던졌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고 계시나요?’
 

 

[경기 유아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포럼 ‘키드득 : 유아에게서 깨닫다’ 진행 현장]

 

올해, 현장은 어떨까

① 예술가의 흔적을 통해 만나기


진윤희(용인문화재단 기획자/주강사) : 용인문화재단 <뛰어놀면 왜 안돼?>는 1, 2회차는 영상, 키트 배포, 3, 4회차는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 키트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고, 딩동댕 유치원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많이 고민했어요.

공민혜(용인문화재단 사업담당자/기획자) : 움직임 워크숍이기 때문에 키트 관련해서도 재료나 이런 것들 보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두고 풀어야 되는 것이 어려웠고 영상 만드는 것이 제일 어려웠어요.
교육기관 교사분들과 아이들이 영상을 같이 보게 되는데, 교육기관 교사분들에게 가이드가 될만한 텍스트 등에 대한 시점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가 많이 고민이었어요. 교육기관 교사분들이 활동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것들 ‘방향성, 이 활동의 의미, 아이들은 왜 뛰어놀아도 되는지, 아이들이 편하게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이끌어 주시는 게 왜 중요한지’ 등을 가이드나 사전 안내를 통해서 공유드리는 것도 어려웠고요. 다른 팀은 교육기관 교사분들을 대상으로 1, 2회차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결국에는 저희가 가는 것이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교육기관 교사들이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하는가에 대해서 저희가 어떻게 풀어드리는 것이 좋을지가 가장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피드백 관련해서는 교육기관 교사분들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채널을 열었어요. 언제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현장을 공유해달라고 요청을 드렸었죠.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한 건도 오지 않았어요. 지금 직접 만나러 다니면서 아이들이 ‘그때 봤던 선생님이다!’라고 반갑게 맞이해줘서 그래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했구나 느끼고 있어요. 교육기관 교사분들 말로는 활동보다도 영상 속 예술가 선생님이 입고 있는 예쁜 추추 스커트를 예쁘다 하면서 아이들이 보고 있었대요. 영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구나 어렴풋이 느끼고 있어요.
 

강현아(양평군립미술관 주강사) : 양평군립미술관 <엉뚱한 예술꾸러미>도 1, 2회차는 영상, 키트 배포, 3, 4회차는 대면 운영을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올해 초부터 조카를 봐주면서 이 6살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 느끼고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세가지굴레>에서 예정원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반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조카를 만나면서 느꼈던 것이 바로 어떤 반응을 해주는 것, 그런 것들을 원한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비대면 상황을 맞이하게 됐고, 조카를 초대해서 영상을 찍게 되었어요. 반신반의하면서 찍었어요. 교육기관 교사분들이 이걸 보고 어떻게 하실까.
아이들을 얼마나 만나고 싶었냐면 유치원에 직접 키트 배송을 가도 되는지 물었었어요. 그때라도 잠깐 교사분들도 만나고 교육기관 환경도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8월 말 위험한 상황이어서 가지 못했어요. 교육기관 상황에 맞춰 재료를 넉넉하게 보내드리면서 장문의 손 편지를 썼었어요. 너무 만나고 싶다고 A4용지 한 장을 꽉 채워서 보냈는데 되게 감동을 받으셨더라고요.
교사와 아이들이 같이 영상을 본 팀도 있었고, 교사분들만 영상을 보고 진행한 팀도 있었고, 교육기관마다 보내온 피드백 영상 속 결과물들도 다 다른 거예요. 아 여기는 이렇게 풀었고, 저기서는 저렇게 풀었구나.

그러고 나서 3, 4회차에 아이들을 직접 만나러 갔는데 <세가지굴레>에서 ‘상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변수가 상수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저희도 이런 제각각의 상황으로부터 출발을 한, 시작되는 느낌이었어요.
우선 교육기관 교사분들도 새로운 사람을 너무 그리워한 느낌이었고 엄청 반겨주셨어요. 아이들도 너무 반가워하고, 영상 속에 나왔던 예술가 선생님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보고 그런 과정들이 재밌었어요. 영상 속에 나온 제 조카가 누군지를 계속 묻기도 하고요. 컨디션을 잘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 직접 만났을 때 아이들한테 반응을 엄청 잘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 하나하나 다 봐주고 싶었고, 그래서 잠도 일찍 자고, 에너지를 많이 비축해놓은 상태에서 아이들의 반응들을 정말 열심히 응해주려고 애를 썼어요. 그랬더니 아이들도 짧은 시간 만났지만 예술가 선생님들을 좋아해 줬어요. 저희는 두물머리의 지역성을 이용해서 ‘두물이’라는 컨셉으로 진행했는데, ‘두물이=예술’이거든요. 아이들이 이 두물이에 대한 무궁무진, 즉 우리가 직접 만나기 전까지 비대면 상황에서 키워왔던 무궁무진한 상상을 직접 만났을 때 막 풀어내더라고요. 아 아이들이 두물이를 요정으로 생각하고 두물이의 모습을 그동안 이렇게 생각해왔었구나. 그런 상상들은 비대면에서 나온 상황인데 굉장히 신기했어요.
 

예정원(풀풀) : 비대면을 하면서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을 지금 저도 느끼고 있어요. 아이들한테 이때까지 내가 쥐어주는 것들로 활동을 이끌어가고, 비슷한 결과물이 나왔었는데 비대면을 하면서 이게 달라지는 거예요. 아이들의 재료 선택도 달라지고, 미디어 도구 선택도 달라지고, 활용도도 달라지면서 다채롭고 다양해지는데 이 비대면이라는 것이 암울의 시기라고는 하지만 굳이 암울이라고만 볼 것인가? 전환의 시점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세가지굴레> 속에 설치되어 있던 <어린이 사진관> 키트를 만들 때 여섯 살짜리 아이와 일곱 살짜리 아이한테 과자를 주면서 계속 질문을 했었어요.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이 재료는 어때?’ 아이의 대답에 맞춰 계속 선생님들이랑 플라스틱을, 렌즈를 깎기도 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아이들의 상상력에 맞추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었어요. 아이가 ‘렌즈에 색이 있으면 어때요?’, ‘물감색을 칠하면 어때요?’라고 하는 순간 색이 있는 렌즈를 구해서 아이들한테 주자 생각하면서 아이들한테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이야기로, 구현되는 예술 활동들을 고민했어요.

아까 용인문화재단 선생님들을 만난 아이들이 ‘추추 스커트를 입고 있던 선생님’이라고 불렀다고 했을 때, 좋았던 게 저는 그게 어떻게 보면 예술가의 복장이잖아요. 그 예술가의 복장을 아이들이 찰나에 기억을 하고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부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현주(하남문화재단 사업담당자/기획자) : 하남문화재단의 <음악이야기 친구 고니>는 9-11월 중 9월은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10월은 전부 대면, 11월은 교육기관이 희망하는 대로 섞어서 진행을 했는데요.
저희는 하남유아숲체험원에 자연공연장을 만들어서 거기서 활동하는 게 핵심이었는데, 비대면으로 교육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자연공연장에 직접 방문을 못하잖아요. 그리고 비대면 교육이 되면 소통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가 가장 고민이었어요.

엄소라(하남문화재단 기획자/주강사) : 비대면으로 했을 때, 저희가 아이들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 너무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미리 교육기관 담임교사한테 아이들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해서 팻말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만들어 낸 ‘고니’라는 옹기토 조형물을 직접 교육기관에 가서 받아왔고, 유아숲체험원 안 ‘고니놀이터’라고 하는 장소에 설치를 했어요. 그리고 아이들 사진 팻말을 다 꽂아서, 예를 들어 ‘우리 소라가 만든 고니는 이러이러하게 생겼구나’, ‘와 맞아 고니는 다리가 두 개지, 날개가 있지’, ‘부리를 이렇게 표현했구나’, ‘물에서 노는 것 같다’라고 하나씩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보며 저희가 감탄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냈어요.
네이버오피스를 통해서 영상 링크를 담임교사에게 보내고, 활동이 끝나면 아이들의 사진뿐만 아니라, 그 활동에서 나빴던 것, 좋았던 것, 위험했던 것 등 담임교사가 클릭만 하면 되게끔 설정해서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았어요. 받은 피드백으로 다음번 할 때는 우리 이건 좀 뺄까, 이건 더 넣을까 이런 식으로 보완할 수 있었어요.
 

조재경(고무신) : 그것이 가능하려면 결국 교육기관 교사들의 적극성이 필요한 것이잖아요. 그것 때문에 현장에서 비대면을 많이 싫어하는데, 그 적극성들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하남문화재단에서 어떤 애를 쓰셨는지 노하우를 공유해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엄소라(하남문화재단 기획자/주강사) : 저희가 영상을 굉장히 짧게 만들었어요. 영상을 짧게 만들어서 아이들은 짧게 보는 대신, 교사들의 가이드를 조금 더 길게 만들어서 미리 공유를 드렸어요. 그리고 저희가 조금 내용을 단순하게 하는 대신, 많은 키트를 보냈어요. 아이들이 만지고, 굴리고, 그림을 보더라도 고니 사진, 카드형 동화, 포스터, 편지지, 굴려서 놀 수 있는 주사위 형식의. 이렇게 다양한 키트로 같은 그림이지만 여러 번 아이들이 반복 활동을 다른 놀이로 할 수 있게끔 했던 것이 교사분들이 운영하시기에 조금 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현장은 어떨까

② 온라인으로 만나기


초록별(유튜브 참여자) : 풀풀 선생님이 비대면이어서 오히려 다양한 반응이 많이 나왔다고 했는데, 대면 활동보다 비대면 활동에서 나타난 예상치 못한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요.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예정원(풀풀) : ZOOM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먼저 질문을 했었어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우리는 예술가 선생님 공간에도 못 가고, 예술가 선생님도 못 만나잖아요. 만나고 싶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하더라고요. 그 순간, ‘지금부터 우리의 공간을 예술가의 공간으로 만들자, 지금부터 몇 초를 줄 테니 너네들은 예술가적인 공간을 찾아가는 거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침대 밑으로도 들어가고, 부엌으로도 가고, 화장실로도 가더라고요. 심지어는 책상 밑으로 가서 ‘여기가 나의 예술가적인 공간이야, 여기에서는 초능력이 일어날 거야’ 이렇게도 하고, 또 재료도 스스로 선택을 했어요. 주제는 정해져 있지만 그 주제를 던져주는 순간, 종이로 제출하는 아이도 있었고 어떤 친구는 인형이나 자기 동생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엄마의 립스틱을 가지고 와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거든요. 소금으로 그림을 그려도 되냐고 했었고, 자기 화분에 있는 흙을 퍼 오겠다는 친구도 있었고요.

어른인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아이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비대면 상황을 유연하게 대하고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만났을 때 재미있었던 게 어떤 아이가 여태 친구를 못 봤었는데 여기서 친구를 만나니까 그 친구를 보기 위해서 스크롤을 하더라고요. 스스로. ‘OO야 안 보여, 내가 너를 찾을게’ 하면서 스크롤을 하는데, 그 순간 이런 것들도 아이들한테 시간을 조금 내어준다면 되는구나를 느꼈었어요.


 

올해, 현장은 어떨까

③ 직접 만나기


방영경(군포문화재단 주강사) : 군포문화재단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상의 탐험가가 된 어린이들>의 주제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어려울 수도 있는 환경 이슈에 대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어요.
1회차는 제가, 2회차는 연극하시는 선생님이 진행하셨는데 도토리가 없어지고 있는 산속에 살고 있는, 도토리를 먹는 동물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연극적인 요소를 이용해서 잘 풀어가셨어요.
저의 경우는 시각 파트이다 보니 분리배출이라든지 정보 전달을 하면서 진행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고민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유아를 대상으로 활동을 많이 해보지는 않아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아이들은 제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해주는데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100% 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답변을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들어주고 답변을 하다가 시간이 굉장히 많이 지연되기도 했어요. 제가 하려던 메인 활동, 분리배출 게임이라든지 비닐봉지를 활용해서 지갑을 만드는 활동에 대한 시간 안배나 그런 것들에 대한 준비를 잘 못해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아요.
저희도 대면이랑 비대면 사이에서, 만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직접 만나야겠더라고요. 저는 유아에 대한 경험이 적다 보니 특히 더 그런 필요를 느껴서 대면으로 만나는 활동을 고집했던 것 같아요. 직접 만나서 좋았던 것은 아이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은 확실히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홍윤(군포문화재단 기획자) : 아이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볼 수 있어서 군포 프로그램의 특성상(연극, 미술) 대면으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들은 후기로는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며 집에 와서 분리수거를 하거나 활동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실천했다고 했어요. 예를 들어 페트병은 발로 쭈그러트려서 버려야 한다고 말하거나, 스스로 플라스틱의 종류를 찾아본다거나 하는 행동들이요. 부모님들은 집에서의 아이들의 행동을 보시고 좋다고 후기를 주셨고요.

금보선(군포문화재단 사업담당자) : 저는 사실 행정가, 기획자로서 촘촘하지 않은 교안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의구심, 불안함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뭘 하려는 건데?’, ‘아이들은 뭘 하다 가는 거지?’, ‘아이들이 어떤 것을 얻고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실제로 즉흥적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유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예술가들을 만난 경험도 많이 없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세가지굴레> 영상도 그렇고 요즘 느끼는 것은 유아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짜임새 있는 교안보다 꼬시고, 질문하고 등등이 가장 중요한 핵심인 것 같아요.
 

조재경(고무신) : 저는 금보선 선생님의 말씀에서 ‘그래서 뭘 하려는 건데?’, ‘아이들은 뭘 하다 가는 거지?’, ‘아이들은 어떤 것을 얻어 가고 느껴갈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던져줌이 지금 유아 문화예술교육뿐만 아니라 교육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목적 중심, 또는 결과 중심의 이야기들과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이거 학교에서 많이 하고 있지 않나요?’, ‘유치원에서 늘 하고 있지 않나요?’ 저는 유아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이것에 대한 돌파, 혹은 이것을 혼란하게 함, 이것을 헷갈리게 함들로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보거든요. 우리는 이런 방식도 있어요, 교육기관 교사분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도 한번 해보고 싶고요 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이 자리 지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결론은 ‘문화예술교육은 뭐야?’라고 묻는다면 ‘아이들이 마음껏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요’, ‘아이들이 마음껏 떠드는 것이요’, ‘아이들이 평소에 안 해본 것을 마음껏 풀어내 보는 것이요’ 그래서 풀어낼 수 있고 떠들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그 빌미를 주는 것, 혹은 실마리를 던지는 것.
그 실마리의 중심이 질문인 것 같아요. 그 한 개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가서 아까 <세가지굴레> 영상에서 보셨던 것처럼 ‘이렇게 생긴 것 한번 찾아봐’라고 했을 때 ‘이거요, 이거요, 이거요’라는 이야기들이 점점 쌓이는, 마치 눈덩이를 굴렸을 때 처음에는 눈덩이 하나가 작지만 눈덩이가 구르다 보면 한 바퀴만 굴러도 엄청난 크기로 변화하는 것처럼 그 질문들을 잘 기획하고 아이들에게 던져주는 것. 그래서 우리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또 아이들의 질문을 받는 사람이고. 질문의 주고받음. 금보선 선생님도 결국은 관심과 꼬심, 질문에 대한 키워드를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이것이 유아 문화예술교육이 가야 될 길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정원(풀풀) :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했던 첫 시기에 만난 첫아이들이 ‘어? 그거 해봤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내가 1년 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 자체가 무너지는구나, 난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런 질문을 현장에서 엄청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답을 어떻게 찾았냐면 예술은 호흡하는 거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호흡을 하기도 하고. 내가 만나는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아이들과 호흡을 하는 게 맞는데, 그렇다면 예술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참여자로서만 볼 것인가?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을 매개자로, 함께 만들어가는 친구이자 동료로, 협업을 해나가는 친구로 예술가와 만들어간다면 어떨까. 뭔가 완벽하거나 목표 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계속 변화해나가는 그런 관계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가지 에피소드 중, 어떤 친구가 씨앗을 가져와서 그 씨앗으로 뭔가를 만들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씨앗에서 뭐가 자랐으면 좋겠니?’ 물으니 로봇이 자라기도 하고 토마토가 자라기도 하고 바다가 자라기도 하더라고요. 한 친구가 토마토를 열심히 그리길래 ‘너 토마토 좋아해?’ 물어봤더니 그 친구가 ‘아뇨,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토마토예요’ 이러는 거예요. 그럼 왜 토마토를 그리니? 했더니 이 친구가 ‘토마토케첩은 정말 좋아해서 토마토케첩을 만들래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아이들이랑 그럼 우리 요리를 해볼까? 토마토케첩을 한번 만들어보자 하면서 갑자기 요리 활동으로 이어갔던 적이 있었어요. 예술가가 처음에 시도했던 것은 씨앗이었지만, 아이들로 인해서 확장이 되고 다양화시킨. 이러한 예술적인 시도를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에서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해요.
특히 지금 이 시기, 이 시점에서는 더 말랑말랑해지고, 울퉁불퉁해도 되는 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예술가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예술가 선생님의 동작, 말 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함께 예술적인 경험들을 켜켜이 쌓아나가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당장 우리가 만나는 5~7세 친구들이 예술 활동을 하고 나서 뭔가 표현하거나 구현을 하는 것은 솔직히 엄청 큰 도전이잖아요. 그랬을 때 이 친구들이 어떤 잠재적인 무언가, 예술적인 씨앗을 심어가는 과정이라고 접근한다면 훨씬 더 편하고, 즐겁고, 다양하게 실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박혜원(파주도시관광공사 주강사) : 저희 <마스크 속 보물찾기>는 유아와 부모님을 대상으로 대면으로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마스크를 주제로 하다 보니 현재 상황에 대한 유아의 시각, 유아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나눠보고자 질문을 많이 했었어요.
처음에는 자기 생각인지, 아니면 옆에서 부모님이 말해준, 사회가 말해준 학습된 답, 깨끗이 손을 씻어야 되고 이런 것들을 얘기하더라고요.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계속 질문했더니 어느 순간 어떤 친구는 바이러스를 파리채로 때려주고 싶다는 얘기도 하고, 숨어야 될 것 같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실제로 숨어보기도 했어요.
 

조재경(고무신) : 부모님들이랑 같이 할 때 부모님들을 변신시키면 어떨까요. 저라면 손을 묶고, 입을 막고, 귀만 열어놓게 해서 다른 존재감을 가질 수 있게 변신을 시켜서 우리 활동에 들어오게 할 것 같아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기도 하고, 또 재미있는, 새로운 해프닝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정원(풀풀) : ZOOM으로 온라인 드로잉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중, 아이의 온라인 예술활동을 돕던 어머니 손이 갑자기 화면에서 훅 나온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오 OO이 엄마 손이다’ 이렇게 하는 거예요. 그 순간 계획하고 있던 흐름이 흔들리게 되었어요. 아이들의 관심이 OO이 어머니 손에 집중된 거죠. 그래서 ‘OO이 어머니 안녕하세요! 인사하자~ 얘들아’ 했어요. 아이들이 인사하기 시작하더니 어떤 친구는 ‘제 옆에 강아지도 있어요’ 하면서 강아지를 보여주니까 아이들이 ‘강아지야 안녕? 이름이 뭐니?’ 하면서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 같이 여행을 떠나요~ 우리 강아지랑 엄마도 데리고 가고요’ 하면서 어머니도 데리고 상어가 된 아이와 치킨으로 변신한 친구도 데리고 우주여행을 느닷없이 떠났던 온라인 프로젝트 일화가 있어요.
옆에 어머니가 계신다고 어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라고 한다기보다 어머니의 손이 아이들이랑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현해도 되고. 조재경(고무신) 선생님 말씀대로 어머니가 너무 개입이 많으시면 어머니 지금부터 손가락 5개가 정지가 됩니다 얼음! 이런 식으로 재미있게 그 안에서 풀어가는 방법도 하나의 예술 활동이 되지 않을까 해요.



 

내년, 현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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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경(고무신) : 직접 대면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차선책으로, 혹은 다음 단계로 실시간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하여 현장으로 교육이 도달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공유와 피드백인 거 같아요. 내년에도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현장에 계신 예술가 선생님들의 고민들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되고, 또 아이들의 그 상황들이 예술가 선생님들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있는 부모님과 교육기관 교사들에 대해서도 같이 궁리를 해야 원하고 지향하는 유아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해요.
그런데 내년에도 집합 교육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이제 그 공이 다시 경기문화재단으로 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거꾸로 경기문화재단에서의 새로운 도전과 시도로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혜정(경기문화재단 사업담당자) :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 운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해서, 상반기 기간과 그에 해당하는 예산을 현장 선생님들이 뭘 해보고 싶으신지 고민하고 그걸 실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안했었거든요. 그 기간을 어떤 팀은 기존 프로그램을 디벨롭 시키는 방향으로, 어떤 팀은 아예 신규 프로젝트를 열어서 가는 방향으로 했는데, 이런 쪽으로 내년에도 기회를 제안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만 해봤었어요. 현장 선생님들한테 올해 이 기간이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해요.
 

공민혜(용인문화재단 사업담당자/기획자) : 상반기에 <너는 어떻게 노니?>라는 놀이연구 프로젝트를 비기자와 만물작업소 선생님들과 진행했었어요.
유아 문화예술교육에서 유아와 함께할 때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라고 했을 때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놀이와 같은 현장, 그런 것들을 생각했었거든요. 키즈카페에 가서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제 조카는 어떻게 노는지 관찰했었고 저희는 어렸을 때 어떻게 놀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국 저희가 무언가를 계속 아이들한테 준다기보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 아이들 스스로 뭔가를,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게 물꼬를 틔워주는 역할만 하면 되는구나, 꼭 무언가를 쥐어주지 않아도 되는 구나라고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너는 어떻게 노니?>는 딱히 교안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유아를 포함한 가족을 모집했고, 부모님들은 함께 참여하지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용인어린이상상의숲의 어떤 짜인 공간이 아닌 그냥 야외, 돌이 깔려 있는 공간으로 줄, 테이프, 분필 최소한의 놀잇감만 가지고 나간 것이죠.
그냥 아이들의 단순한 행위. 아이들이 어떻게 비언어적으로 노는지, 본능적으로 어떻게 노는지에 대해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모습, 그동안 보지 않았던 것들을 관찰해보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아이들은 제한된 시간, 제한된 환경, 제한된 재료 이런 것들이 아닌 그냥 열린 것들 안에서 마음껏 스스로 노는 경험 자체를 해보기를 원했어요. 사실 부모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계속 주눅이 드는 이유는 부모님이 ‘이것도 해봐, 저것도 해봐’ 계속 제안을 하잖아요. 이번에는 서로 다른 시공간 안에서 동시에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어떤 관점에서 공유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그렇게 부모님 따로, 아이들 따로 그 후 다시 만나서 그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진행해봤어요.
 


[경기 유아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포럼 ‘키드득 : 유아에게서 깨닫다’ 참여 중 사진 공유 장면]

 

아이가 땅을 보더니 신발을 놓고 돌리면서 땅을 파더라고요. 갑자기 그게 화산이 돼서 올라왔고 돌로 물길도 만들었고, 거기에는 악당과 착한 사람이 있기도 했어요. 분필을 갑자기 부수니까 약국이 되기도 하고, 저한테 젊어지는 약을 처방해 주기도 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맨바닥에 누워있는 아이도 있었고요. 아이들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냈고 그 안에서 계속 변형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너무 자유로워 보였고 신선했고 너무 재밌었어요.
부모님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어땠는지 너무 궁금해서, 아이가 노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달라고 구글폼으로 설문을 받아 봤어요. 내가 지금껏 아이에게 요구했던 것은 부모의 욕심일 수도 있었겠다, 장난감이 많이 필요하기보다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놀이를 찾고 탐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하찮다 생각했던 행위들이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오늘 주체적으로 놀이를 해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먼저 말을 꺼내고 즐겁게 설명하듯이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계속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고 놀이 시간을 또 갖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고 하셨어요.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했다면 결코 이런 경험은 없었을 것 같아요. 코로나 덕분에 사실 이렇게 한텀, 쉼을 가지고 ‘놀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함께 주체적으로, 우리 스스로도 즐겁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봤던 프로젝트였어요. 내년에도 용인어린이상상의숲 안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 자유로운 재료, 자유로운 시간, 제한이 없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의미 있었어요.

조재경(고무신) : 교육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아이들 일상으로 연결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부모님들은 ‘결국 뭐 없어? 뭐 안 가지고 왔어?’가 아니라 아이가 몸으로, 공민혜 선생님이 말한 재잘재잘 이야기되면 아이의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 같고, 그것에 대해서 인정하게 되고, 그게 타고 올라가서 올라가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되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아이들이 직접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해요.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최고의 동업자다 라는 게 유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예정원(풀풀) : 이 비대면 사회에서 예술가들이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다들 콘텐츠, 키트 제작을 하고 그런 것들을 배우고 시도하고 있는데 ‘시도의 다양성’이라는 지점에서 봤을 때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예술적인 경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현장에 대한 물음들은 정작 우리가 만나는 매개자인 아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까지 예술가이자 문화예술교육활동가의 시점에서 생각하고 시도했다면 지금 여기서 내가 만나는 참여자 즉, 아이들의 시점에서도 바라보고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죠. 많이 시도하고 많이 부딪히고 많이 실패도 하고, 실패 안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창작물이 나오듯 지금이 그런 시도의 시점이 아닐까? 전환의 시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