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곁봄
- 강제로 앞당겨진 초연결사회 속으로의 ㅋㄹㄴ ㅅㅍㅇㅅ 의 모험
- 김진희 _경기문화예술교육센터장
- 20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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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 필자외 5명, [코로나사피엔스](인플루엔셜출판사 2020.6)의 제목 초성활용줄임말
‘비대면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물음은 2020년 코로나19와 함께 본격화된 질문이고, 또 2021년을 맞이하면서도 뇌리에 콕 박혀버린 한계점이다.
전 지구적인 팬데믹 상황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어 모든 미디어들이 암울한 현실을 앞 다퉈 소개하고, 다가올 미래를 뉴노멀로 진단하고 전환을 외친다. 그러나, 정신과 사고는 전면적 전환을 예고하면서도 정작 내가 서있는 딱딱한 땅의 터전과 환경에 대한 전환은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방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이상적 사고와 현실적 삶의 불일치, 어쩔 수 없는 이 큰 괴리감에도 불구하고 억지로라도 바꾸지 않을 수 없는 이 강제적 상황에 직면하여, 그 누구보다 창의적 존재로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문화예술인들은 범상한 우리와는 달리 이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창작과 교육사이, 그 언저리를 늘 오가는 예술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용하고, 자기 나름 대처하고 있는가?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하는 《지지봄봄》 29호는 이렇듯 떠밀리듯 앞당겨진 변화의 물결에서 순수창작과 예술교육을 포함하는 활동가들의 삶과 문화예술교육을 대하는 담담한 태도들을 소개한다.
끝을 알 수 없는 '모름'속으로, 길을 찾는 '앎'을 향해
곁봄 칼럼은 시각언어를 자기언어화하여 작업을 하는 7인 7색의 몽상가들이 현재 순수창작과 예술교육의 경계를 넘나들며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어제 본 것을 또 다시 바라보는 것, 다른 감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되새김질의 문미희,
"비상시에는 춤을 춰라~! 모름을 따라가는 문화예술교육"이 드디어 씨알이 먹혔다는 정은혜,
"막연한 상상과 현실의 아이러니"의 당혹감을 협업이 가능한 커뮤니티로 승화시켜, 아이디어톤(아이디어+마라톤의 합성신조어)으로 실험한 언메이크랩의 송수연, "일방향적인 교육이 아닌, 자발적 연대화가 곧 생존전략"이라는 기치로 개방적이면서도 느슨한 콜렉티브를 실천하는 아시아 아티스트 무빙이미지 <로컬-되기> 심화워크숍의 과정을 고백하는 조인한, 출처가 뒤죽박죽인 해양쓰레기를 찾아 지역 곳곳, 세계 곳곳을 누비며 공간탐험을 하는 양쿠라 작가는 코로나19로 일상적 삶과 공간변화를 딱히 지금 느끼진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드디어 올 게 왔구나!’라는 직관이 뇌리를 스쳐가며 사회적 책임의식이 고양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심각단계 초기 어느 땐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극도로 치고 올라갔을 무렵이다. "작가님, 안녕하신가요?"라고 안부를 물었더니, "저는 늘 자가 격리가 익숙하던 일상이었어서, 특별히 코로나 19로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서 힘들진 않아요, 작업실에서 거의 항상 혼자 작업 해 왔는걸요..." 주로 개인 작업을 하는 시각 예술가들에게 코로나 19 심각단계 초기에 안부를 물었더니, 웬걸? 대부분이 소위 "자가 격리"라 일컫는 개인적 공간과 시간성에 익숙하여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항상 불안정한 일상을 외줄타기 하듯, 살며 작업하며 예술 속으로 파고들었던 그들의 미니멀 라이프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위협처럼 느꼈던 그 충격이 그렇게 심한 타격으로 갑자기 온 것은 아니란다.
예술을 향한 숭고한 삶의 사명은, 늘 그러그러한 위태로움과 일상적으로 분투하는 인생이고, 그래서인지 외부의 위협이 갑자기 몰려와도 유연하게 수용하여 극복가능하고, 어느새 강인한 생존력은 이미 내재되어 있다. 꿈꾸는 개인 몽상가들의 돌파력은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고,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다. 난관에 좌절하지 않고, 이 한계를 적극적으로 자기화하고, 근본으로 회귀하여 한계를 초월하는 힘. 지난 한해 문화예술교육이 돌파했어야 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는지? <실패를 두려워 마라...>고 가르치지만, 아무도 자기 실패를 대놓고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매번 성공을 이야기하고 성공 쪽으로만 편파적으로 치닫기 바쁘다. 이제는 보다 진솔해지면 좋겠고, 실패담을 당당하게 꺼내어 놓으며,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를 건넬 수 있길...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공존하고 왁자지껄 상생하는 바로 그날이 하루빨리 오면 좋겠다.
한편,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장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물리적으로 멀어진 "학교",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답답하고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간절하게 가고 싶어졌고 친구들을 만나 마음껏 수다쟁이가 되어 보는 게 꿈이 되어 버린 그 곳, <학-교>라는 두 글자. 경기도 남양주 갈매신도시에 설립된 지 3년이 채 안 된 갈매고등학교와 지어진 지 30년도 더 된 동두천의 중앙고등학교 청소년들은 코로나19가 심각과 완화단계를 거듭하던 지난해 예술가와 건축가들과 함께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시도했다. 시작은 화상만남으로 어색하게, 그러나 과정 중엔 직접만나는 소중한 조우로 아쉬움을, 그리고 마지막은 대화의 본격 시작인 '건축적 오브제'의 탄생을 기다리는 중이다. 변화가 중요한가? 뭔가 필요한가? 학생들은 어떤 고민들이 있을까? 예술가와 건축가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다. 포스트코로나와 미래를 향해 가깝고도 먼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들은 자꾸 근본으로 더 가까이 회귀하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구해줘, 학교~!>는 예술가와 건축가시점으로 각각 엿보는 관전 포인트가 특징이다.
내적 훈련, 보이지 않는 현존을 감각하다
인간을 방구석에 틀어박혀 나갈 수 없고, 세상 밖으로 직접 표출하기 어렵게 했던 언택트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하는 작업실로, 활동하는 운영 공간 네 곳으로 직접 가 보았다. 예술 하시는 분들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내면에 대한 훈련과 감각하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뭐라도 하려고 하다 보니 갑자기 유튜버가 되기도 하고, 여러 상황이 혼란스러웠지만 의외의 발견도 생겨나 흥미진진했다한다. 집콕 방콕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문화예술교육의 촉매자는 "부모"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깊은생각교육>, 소소한 일상에서 관계를 찾아가는 <예술작업실 도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촉감을 따라가 보는 마임예술가들이 사는 <이미지헌터빌리지>, 예술로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이어 상상의 숨을 불어넣는 <상상창고숨>까지 현장의 예술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태도와 관점의 변화, 학습자에 대한 인정, 그리고 위로와 격려.
원하지 않은 삶과 공간의 변화로 힘들지만, 더 보이는 게 많은 소중한 것들을 되찾는 시기가 바로 지금, 오늘이다.
각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공간-경계와 차이
서로의 시선을 넘어가 보는 <넘봄>에는 교사와 청년기획자, 그리고 미술사가의 북 리뷰가 소개된다. 첫 번째 추천 책은, 『어른들을 위한 놀이교과서 (1)』이다. 이 책에는 자연과 대화하는 법이 보인다. 아이들을 대하는 경험적 태도가 잘 녹아든 밖으로 열린 책을 소개해 주는 학교선생님의 관점이다. 두 번째 서평은, 이제 막 어른이 되어 필사적으로 미래를 향해 매진하는 청년기획자의 고민이 투영된 노멀 피플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은 우리를 초 현실 미래의 지구로 이끈다. 힘겹게 떨쳐 보낸 2020년을 뒤로하고 2021년을 주인공의 말을 곱씹으며 맞이한다.
“예술이라는 거울은 우리에게 가던 길을 멈추고 비춰보고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