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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평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 - ③ 완성된 문장이 아닌 ‘과정’ 일 순 없을까
  • 장은정, 이리, 성혜인 _문학평론가, 공공문화칼럼니스트, 음악평론가
  • 2021.02.20

 

비평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

완성된 문장이 아닌 과정일 순 없을까

 

<전통예술 웹진 공진단, 이리>

 

 

 

- 이리 : 저는 공공기관이 말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 질문하고 듣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고, 올해는 더욱 많은 시도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기관의 과업이라는 게 예산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러면 저희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정해져 있거든요.

 

어려운 게 한 기관 안에서도 다른 사업부서나 과업 사이의 연관성이 떨어져요. 아까 말씀하신 비평 학교는 저도 하고 싶은 일인데, 현실적으로 여러 부서와 과업이 얽히는 일은 진행하기 어려워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웹진 제작 과업과 온라인 홍보 과업이 나뉘어 있어요. 이 둘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지만, 이 업체와 협업을 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저는 이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건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에요. 각 부서에 할당된 예산으로 과업이 나뉘고, 그 과업이 각 운영업체에 외주 되면서 생기는 문제인데, 기관의 담당자들이 업체끼리 협업할 수 있도록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은 맥락의 시도들이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아직 본 적은 없어요.

 

- 임재춘(이하 임) : 맞아요. 공공기관의 일이 다 분절되어 있고, 칸막이 문화를 의외로 좋아해요. 그래서 서로 연결 안 되고, 사실 같은 팀 안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죠. 사실은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거기 있고, 그것과 유기적으로 웹진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 되는 경우들이 조금 많죠.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성혜인>

 

- 성혜인(이하 성) : 저희는 피드백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는 것 같아요. 일단 글을 웹진에 업로드 했을 때 가장 많은 반응이 있고요. 1년에 한 번 웹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발행한 단행본 판매가 시작됐을 때도 크고 작은 반응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편이에요. 그 밖에 종종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 글이나 헤테로포니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들어요. 그중 마음껏 무겁고 진지해져도 좋겠다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아요.

 

제 생각에 음악 비평은 여전히 다른 장르에 비해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봐요. 비평가의 절대적인 수도 적고, 비평과 비평가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아요. 비평이 학술연구보다 하위에 있거나 엄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게다가 시기에 따라 굵직한 담론이 형성되어서 음악계나 사회와 긴밀하게 연동이 되었던 것도 아니에요. 물론 비평적 견해가 파편적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다양한 생각이 결집하고 논쟁하는 담론은 전무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오랜 기간 음악가의 질문이나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보다 스킬, 테크닉에 기반한 서열화가 중요한 이슈였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평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가와 작품 중심의 비평 행위라 하더라도 더 많아지고 다양해졌으면 하는 욕구가 음악계 전반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일차적으로 제 글을 제가 비평한 음악가 혹은 창작자가 봐줬으면 해요. 그런데 그들을 제외하고도 제 글을 누가, 왜 보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편입니다. 종종 글이 너무 어렵다거나 엘리티즘에 젖어 있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하거든요. 비평이라는 이름 아래 손쉽게 사용하게 되는 문체나 형식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이건 비평을 하는 이유라는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되겠지만요. 그런데 꼭 독자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전형적인 비평 형식이나 틀이 작품에 접속하고 작품을 의미화하는 가장 유용한 방식은 아니라고 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헤테로포니 필진들과도 서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비평의 형식과 구조가 갖는 한계에 대해서 종종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저도 자주 취하는 비평의 형식보다 더 좋은 형식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것저것 구상해보고 빠른 시일 내에 시도해보려고 해요.

 

- : 이번에 그런 플랫폼들을 찾다 보니까 대중음악 쪽은 특히 음악 쪽 안에서는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영역들, 그러니까 순수예술이라고 하는 예술영역은 되든 안 되든 막 하는 게 있는데, 오히려 대중음악 쪽은 공공예술정책 안에서도 사실은 적극적으로 다뤄보지 않아서.. 지금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리고 또 예술정책 안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클래식이나 우리 전통 음악 같은 경우도 사실은 비평이라는 문화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다 보니까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벌어지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삶과 예술적 실천이라고 하는 것에 불협화음 내지는 조화로움 같은 것들이 어떻게 자기 활동과 자기 삶 안에서 벌어지고 있나. 이런 이야기 자체가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있겠죠. 아마 실제로는 있을 텐데 문학이나 시각예술이나 플랫폼으로써 자기표현들을 하는 어떤 것들이 있을 텐데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건 분명해요.

 

그런데 그래도 쭉 하시면서 다른 사람의 피드백 안에서 있을 수도 있고, 네 분이 실제로 활동을 하면서 조금 인상적인 기억이라던가. 일이라던가 아니면 개인적 경험이라던가. 이런 게 있을 까요?

 

- : 가장 기본적으로는 다른 필자들의 글을 보면서 가장 많이 배우고요. 각자의 고민이 나의 고민과 얼마나 닮았는지, 그 질문을 언어화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음악계에서는 비평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고무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은 시간이 흘러 끝나면 사라지는데, 저는 이 시간을 의미화하고, 의미화하는 나만의 방식을 계속 만들고 점검하는 거잖아요. 글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는데 피드백을 받으면 선명해지곤 하는 것 같아요.


 

자기 질문, 자기 비평을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의 역량

 

- :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이 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걸 읽어주는 행위가 많이 필요해요. 그러면 그 사람의 삶과 활동에 거리를 둔 외부사람의 언어가 필요한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사람이 성장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자기 질문, 자기 비평을 할 수 있는 그런 역량. 그게 평론이라는 영역으로써의 문법이 아니라 태도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관점일 수도 있고, 아니면 되게 루틴 한 어떤 떠올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일부러 아침마다 종이신문을 보거든요. 되게 촌스럽죠. 그런데 그게 제 의례예요. 거기에 뭐 꼭 읽을 만한 게 있는 건 아니에요. 신문을 넘기면서 하루를 넘기면서 내 생각과 마음을 비춰 보는 거죠. 꺼냈다 넣었다 하는 거죠.

 

현장의 실천가들이 자기 활동이 그냥 일이 아니라 나라고 하는 사람이 무슨 활동을 하더라도 일과 사적인 것 공적인 것이 막 혼재되어 있잖아요. 그런 역량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실패해도 된다는 게 내가 말을 할 때 거창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서툰 말이라도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일지라도 할 수 있는 어떤 기회가 공식적으로 있으면 안 되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예요.

 

비평의 자격이라는 게 기존에 해왔던 소수 전문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장의 실천가들이 자기 비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치나 그것을 북돋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 지지봄봄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 지지봄봄은 독자와 필자가 나뉜 이런 개념인데, 인터렉티브 하게 독자가 매체에 글도 쓰는 영역이 가능하다고 하면,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성장하는구나.” 이런 것들을 조금 엿보는 거? 그거 자체도 되게 중요한 비평의 과정이라는 걸 우리가 인정해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조금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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