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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평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 – ① 비평을 대하는 세 개의 시선
  • 장은정, 이리, 성혜인 _문학평론가, 공공문화칼럼니스트, 음악평론가
  • 2021.02.20


비평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

지지봄봄 30호는 ‘지지봄봄’과 문화예술교육 비평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비평은 현장에 어떤 영향을 끼쳐야 하는가? 현장의 활동, 고민을 여러 맥락으로 읽어주는 것, 문제의식의 공유, 학습과 성장의 매개적 사건이자 자료, 아마도 이러한 것들 일 텐데, 잘하고 있는지, 문화예술교육 비평지로서 10년이 된 지지봄봄의 비평 문화를 점검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비평 텍스트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미디어를 넘어,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는 이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입장들이 일렁일 수 있는 포용과 다양함을 추구하고 구현하는 유기체로서의 미디어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오래 멈추었습니다.

마음과 머리를 굴려보고, 날렵한 손가락으로 며칠 자판을 두들겨 보니, 같은 고민과 실천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장 그들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자리가 ‘비평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집담회(2021. 1. 18)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심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는 게 무색하게도 무척 정겹고 뜨거운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지봄봄의 다음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네 편의 글, ① 비평의 대하는 세 개의 시선, ② 비평의 문법을 벗어나다, ③ 완성된 문장이 아닌, 과정일 순 없을까, ④ 비평 플랫폼의 역할은 무엇일까?로 나누어 그날 수다의 뾰족함을 나누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집담회 주제 : “내가 만들고자 하는 비평+웹진은 어떤 것인가?”
함께 한 이들 :
  - 문학웹진 ‘비유' 1기 편집위원(2018~2020) : 장은정(문학평론가)
  - 전통공연예술 웹진 ‘월간 공진단/공진단 블랙’ 디렉터 : 이리(공공문화칼럼니스트)
  -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필진 : 성혜인(음악평론가)
  - 지지봄봄 30호 편집장 : 임재춘(커뮤니티 스튜디오 104)










① 비평을 대하는 세 개의 시선


<문학웹진 비유, 장은정>

실패와 시행착오가 허락되고 오히려 그것을 유희의 자리로,
독자와 창작자의 자유롭게 의자 바꾸기 놀이를 하며 그 경계를 허무는 공간.







- 장은정(이하 장) : 보통 문학계는 출판사를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출판사는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학웹진 《비유》는 서울문화재단에서 만드는 잡지이기 때문에 영리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러니 영리 추구를 하는 출판사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시도해볼 수 없으나 문학계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그런 일에 공공자금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뭘까? 첫 번째로 저에게는 그것이 ‘실패해도 되는 장소‘였어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예술계도 당연히 경쟁체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예고 문예창작학과 친구들은 이미 입시에서 경쟁 속에서 문예창작학과 대학에 진학하죠.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또 등단제도를 통해 경쟁해야 합니다. 등단했다고 경쟁이 끝나는 것은 또 아닌데요. 특정 지면에서 그해의 신인들을 모아놓고 매년 특집을 냅니다. 그것이 제도적으로 작가 생활을 함께 시작한 사람들을 다 모아놓고 일제히 작품이 실리다 보니 이목이 쏠리고 모두들 그 지면을 망치면 이게 마지막 지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글을 쓰게 되죠. 그런 긴장감이 저는 너무 싫었어요.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좀 실패하면 어때? 실패할 수도 있지. 항상 잘해야 하나? 예술계조차도 이런 경쟁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는 게 조금 안타깝고, 오히려 이런 경쟁시스템에 대해 비평할 수 있는 자율성도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 시장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곳에서 무슨 비평이 가능할까? 그래서 실패해도 괜찮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떤 과정을 통해 어디에 도달하게 되는지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조금 덜 외롭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두 번째는 독자들과 작가들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뒤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이었으면 했어요. 《비유》 창간 당시 비유에 대해 창작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창작자가 되고, 의자 바꾸기가 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비유》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한 ’!(하다)‘ 메뉴는, 공모 시스템으로 이뤄지는데 공모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실패와 시행착오가 허락되고, 오히려 그것이 유희의 자리가 되는 것.

그렇게 두 가지가 가장 잘 구현되도록 웹진을 창간하고자 했습니다.

- 임재춘(이하 임)  :  네 선생님. 그러면 비유는 성격 자체가 어떤 기존의 작품이나 벌어지고 있는 창작물 같은 것들을 평론가들이 비평을 쓰는 것 같은 그런 차원의 웹진이 아니네요?

- 장  :  네, 저희 메뉴가 문장 부호를 이용해서 !(하다), …(쓰다), ?(묻다)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임  :  아 그럼 공모 예산도 같이 컨트롤하는 거예요?

- 장  :  네, 그렇죠.

- 임  :  아 그러면 기획단 같은 느낌이네요.

- 장 :  네, 맞습니다. 사실 보통의 문학잡지는 편집위원들이 기획을 해서 그에 맞는 필자를 찾는 방식이지만 《비유》는 기획자를 모집합니다. 그래서 기획자가 필자를 고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매년 바뀌는 작은 단위의 편집위원들인 거죠. ’!(하다)‘ 메뉴에서는 서울문화재단 내규 상 정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금액인 200만 원의 활동비를 주고 짧게는 5회, 길게는 7회까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연재하고 원고료는 활동비와 별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통예술 웹진 공진단, 이리>

하나라도 더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면 누군가는 이야기하고 싶어 지지 않을까


- 이리  :  저는 현재 ‘슬로우모어’라는 아티스트 크루를 운영하고 있어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은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에서 공공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어요. 디자인 에이전시를 거치며 공공의 예산을 어떻게 합당하게 쓰는가, 디자인을 공공재로 대하는 고민이 늘 있었어요. 더 고민하고 시도하고 싶어 결국 제 회사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웹진 디렉팅을 맡고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기관의 뉴스레터나 웹진을 디렉팅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텍스트보다는 비주얼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라 여기 계신 분들과는 성향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저를 부르셨을 때 낄 자리가 맞는지 고민도 했지만, 비평적 사회의식이 어떻게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에 여러분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

웹진을 하기 전에는 사보, 시보 같은 종이 매거진 프로젝트를 주로 했어요. '월간 공진단'은 2018년 7월에 창간을 했고, '공진단 블랙'은 1년 후인 2019년 9월에 창간했는데, 기관에서 이미 웹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상태였어요. 이미 그 당시에 종이 매거진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고, 당연히 웹으로 하는 것에 동의했죠. 개인적으로는 저는 종이가 주는 감각이 좋아서 디자이너를 한 사람이라 종이 매거진이 없어지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지금 시대에 더 나은 전달력을 갖기 위해서는 온라인 매체 가 적합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종이 매거진을 할 때는 피드백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웹진은 접속량, 유입방식 등에 대한 디테일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획득한 데이터는 상업적 측면에서도 굉장히 유효하지만, 기관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원츠와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지 유의미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에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월간 공진단'은 매월 다섯 개 콘텐츠가 정기적으로 발생하고, '공진단 블랙'도 다섯 개의 기고 글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비유>처럼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죠. 하지만 필진 찾기도 어렵고, 기고자도 별로 없어요. 평론가, 즉 말하는 주체가 없다는 게 예술계에서 얼마나 슬픈 일인지 다 아실 거예요.

많은 사람이 공연과 전시를 보고, SNS 인증샷도 올리고 블로그에 후기를 쓰지만, 사실 이런 문화가 평론의 메커니즘을 바꿔놓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라도 더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면 누군가는 이야기하고 싶어 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고민을 오래 나눴고, 필진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들이 찾아오게 하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어요. 계간 비평지 '공진단 블랙'을 창간할 때 예산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하고자 하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원래 이상하고 쓸데없는 사명감 같은 게 있거든요.(하하하) 단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함께 만들기 시작했어요.


고스트(Ghost)라는 이름으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하게끔 하게 만들어보자.
익명으로라도 수면 위로 올려서 담론화하고 의제화해보자.



- 임  :  공진단이 어느 날부터 눈에 띄더라고요. 2019년도부터인가 무언가 바뀌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었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전통예술 쪽에서 모두가 알지만 말하지 않고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하시더라고요. 이를테면 사람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블라인드 플랫폼을 만든다거나? 그런 변화들이 무엇 때문에 가능했을까 하는 궁금함이 많았거든요. 분명히 디렉터의 역할이 큰 것 같다는 느낌이 확 왔어요.

이리  :  다른 작업을 할 때는 편집위원을 구성해 작업했는데, '월간 공진단'은 그렇지는 않아요. 내부 담당자들과 함께 기획하고, 필진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전통예술계는 저도 '월간 공진단'을 하면서 처음 경험했는데, ‘비평’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러운 세계예요. 클래식, 무용, 미술 등 예술계라면 다 비슷하겠지만, 전통은 조금 더 계보가 명확하고 바운더리가 좁은 씬(scene)이에요. 스승이 누구인가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조건에 있어 상당히 우위에 있거든요. 그런 문화 속에서 비평이라는 것 자체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나 스승의 얼굴에 먹칠하는 행위가 되기 쉬워요.

- 임  :  그러니까 먹칠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최근에.(웃음)

- 이리  :  그래서 이름도 블랙이잖아요. (웃음) 그런데 그 세계 안에는 ‘전승’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전승은 굉장히 위대한 문화인데, 전통의 원형 그대로를 전수하는 문화가 어떤 측면에서는 변화의 시도나 비평의 문화를 가로막아 온 부분도 있는 듯해요. 고증하고 재현하는 무대는 그 자체로 역사이기 때문에 비평을 할 필요가 없고, 해봐야 창작무대를 비평하는 건데, 전통분야에는 제자가 스승을 비평하는 일은 드물거든요. 대부분 예중, 예고, 예대를 거치며 적어도 10년간 전수 교육을 받거든요. 그런 교육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비평 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처음 '공진단 블랙'이라는 비평지를 창간할 때 냈던 아이디어가 익명으로 하자는 거였어요. ‘고스트(Ghost)’라는 이름으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하게끔 하게 만들어보자. 이름을 걸고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자유롭게 하길 바랐죠. 생태계 교란이 있어야 변이들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기를 원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저는 이게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이름을 밝히는 만큼 쓸 수 있는 이야기만 쓰실 수도 있는 거죠. 또 하나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 필진으로서 이름 없는 글은 전혀 자기 커리어가 되지 않으니까. 이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아요. 그래도 시도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도 생기는 거니까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 임  :  공진단이 전통예술계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익명으로라도 (단계적인 익명인 것 같아요 지금 보니까.) 수면 위로 올려서 담론화하고 의제화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히 있으신 거라고 이해해도 되는 건가?

- 이리  :  네.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성혜인>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면, 그리고 자유로운 글쓰기
좋은 음악의 기준들을 우리 스스로 점검해보자.


- 임 : 사실은 지지봄봄도 그렇고, 비유, 공진단 모두 재단이라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 제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걸 수도 있는데 선생님은 그냥 자발적으로 만드신 거죠?
(성혜인 : 네 맞습니다.) 이런 분이 꼭 오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 성혜인(이하 성) : 저는 한국 전통음악에 관한 글을 쓰는 성혜인이라고 합니다. 헤테로포니는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비평가와 연구자가 결성한 비평 동인입니다. 클래식/현대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신예슬, 실험음악/즉흥음악과 소리 문화 전반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이승린,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비평을 하고 있는 정구원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헤테로포니는 웹진에 꾸준히 글을 쓰고, 1년에 한 권씩 단행본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기회가 닿으면 좌담회 등을 개최하기도 하고요. 각자 독립된 비평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각자가 가진 시선이 ‘비평’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얽힐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하는 중입니다.

일단 헤테로포니는 ‘대표’나 ‘리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요. 네 명의 필진이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시기에 따라 주도적으로 일을 끌어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가능하면 모든 업무를 함께 상의하고 분담하고 해결합니다. 그리고 느슨한 지향점이 있기는 하지만 각자 ‘비평’이라는 형식을 통해 고민하거나 시도하려는 지점은 모두 달라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음악 경험과 비평 활동을 해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오늘 제가 하는 이야기는 헤테로포니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제 개인 경험에 관한 것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웹진을 만들게 된 계기는 간단해요. 음악 비평을 할 수 있다는 지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어요. 그런데 지면이 부족하다는 건 굉장히 다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우선, 말 그대로 비평을 다루는 지면 자체가 부족해요. 극장이나 재단의 기관지를 제외하면 비평을 기고할 수 있는 지면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한정되어 있다는 거예요. 기관지는 말 그대로 기관의 입장을 담거나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공연과 행사에 관한 홍보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비판적인 견해가 용인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개진하기가 어려운거죠. 게다가 편집 과정에서 충분한 상의 없이 제 글을 수정하거나 편집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임: 예에? 그런 경우가 있어요?) 네. 그런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종종 기관이 진실된 비평보다는 기관의 입장을 그럴듯한 언어로 대리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비평 관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아카데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과 공연, 제가 다루고 싶은 음악과 공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장르 간의 경계는 너무나도 빠르게 허물어져 가고 있고, 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져 가고 있는데 대체 음악이 무엇인지, 음악에서 무엇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제 기준에서 중요하게 느껴지는 작업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어떤 작업들에 대해 좋다고 느끼는 지점을 구체적인 언어로 말해주는 비평가도 드물었고요. 저는 궁극적으로 아카데미에서 말하는 음악의 기준이나 좋은 음악의 기준도 스스로 점검해보고 나름의 답을 찾아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카데미에서 보고 듣고 훈련했던 관성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제게도 필요했던 거죠. 이 과정을 함께 해줄 비판적 동료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간단히 팀 블로그 같은 걸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헤테로포니를 결성한 해에 다양한 기회들이 있었어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일 년에 한 번씩 글을 엮어서 단행본을 내고, 비평가로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 4년 정도 되었네요. 2017년 하반기부터 활동하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햇수로 5년 차 입니다.


- 임  :  벌써 5년 차. 단행본을 만든다면 재원이 필요하잖아요.


- 성  :  웹진으로 시작하게 된 건 초기 자본이 들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가장 편리하게 만날 수 있는 지면이잖아요. 그럼에도 초기에 드는 비용이 있는데 첫 해 단행본 제작 때는 개인 사비를 들였어요. 그리고 햇수로 3년 차가 되던 해에 국가 지원 기금을 받아서 운영을 하게 되었어요. 단행본 제작, 로고 디자인, 홈페이지 구축 비용은 지원을 받아서 했어요.
- 임  :  그러면 주 필자가 여전히 네 분이세요? 변동 없이?

- 성  :  네 맞습니다.

- 임 :  와.. 대단해요. 안 싸우고?(웃음)


- 성  :  다들 헤테로포니 운영 이외에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보니 서로 배려를 많이 하려고 해요. 서로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요. 늘 배려하고 힘든 일 도맡아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요.

▶  [비평 웹진을 만드는 사람들 - ② 비평의 문법을 벗어나다] 두번째 이야기 보러 가기 (오른쪽 다음버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