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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교육과 기술의 관계를 다시 묻다
  • 강정석 _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2021.12.14

지지봄봄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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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교육과 기술의 관계를 다시 묻다

강정석(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코로나 19 이후, 문화예술교육의 살풍경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기술’에 대한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무게감을 갖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며 낯설고 평평한 모니터 또는 스마트폰의 비좁은 사각 프레임을 통해 강사와 교육참여자가 서로 만나야 하는 상황이 무려 2년간 지속된 것이다. 나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 부처 간 협력사업 관련 모니터링 때문에 전국을 돌며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을 탐색할 기회가 있었는데, 가는 곳마다 비대면의 어려움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기획자와 강사들이 많았다. 특히 군부대나 교정시설 등 코로나19 이후 시설에 접근조차 어려워지게 된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일종의 블랙박스와도 같았다. 사전 제작영상 및 키트를 배송하고 나서 교육참여자들의 요구사항, 반응 등을 전혀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기대해 왔던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중요한 효과, 즉 교육참여자들의 ‘예술적 실천’에 대한 교감과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감각적 역량의 창조를 송두리째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안처럼 제시된 것이 바로 ‘키트’였다. 나 역시 2020년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교육운영팀을 맡으며 업사이클링 키트를 대량으로 보급한 경험이 있다. 줌을 통해 건너편의 교육참여자와 소통하고, 키트 안에 담긴 다양한 구성품을 함께 만지고 다듬고 조립하며 공통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일 뿐, 키트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획일적인 과정의 반복을 통해 모두가 하나의 공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 지성과 감성, 그리고 상상력을 연결하며 개인과 집단의 창의성 발현을 기대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이념을 떠올려보자면, 키트 기반 비대면 교육은 그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지난 2년간의 ‘비대면 문화예술교육’의 낯선 경험은 우리에게 문화예술교육과 기술(테크놀로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수업이나 키트 기반 수업은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이 지켜왔던 중요한 가치들, 이를테면 강사와 교육참여자 사이의 예술작업을 매개로 한 관계 맺음의 다양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다채로운 방법들에 대한 학습, 그리고 창의적인 시도를 돕는 강사들의 예술적 실천 모두를 매우 어려워지게 만들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자괴감을 뒤로 한 채, 언제쯤 이 팬데믹이 끝날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 속에 우리는 2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왔다.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팬데믹이 지나간다고 해도 그 전의 대면 교육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방역이 우리들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 만큼, 몸의 접촉과 마주침을 전제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서로에 대한 방어적인 태도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비대면의 평평한 화면에서 진행한 문화예술교육의 경험은 우리들의 피부 속 감각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대면이 제공했던 달콤한 혜택들, 즉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접속하여 향유할 수 있는 그 무한에 가까운 접근성의 감각을 우리는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매클루언이 지적했듯이, 우리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때 먼저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들의 감각 비율이 그러한 기술에 적응하며 점차 그 거부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매클루언의 주장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혁명은 기술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지각 모형에 개인 및 사회적 삶이 적응해 가는 과정의 후반에야 일어난다.”(마샬 매클루언, 『구텐베르크 은하계』, 52~53p에서 인용).
이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에서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전혀 낯설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기술과 연결된 교육 기획이 부쩍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STEAM 교육, 블렌디드 교육, 거꾸로 교실, 미디어리터러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을 접목한 교육과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연을 온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연결하려는 기획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을 활용하여 박물관과 미술관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다양한 기술적 사례들, 미디어파사드를 통한 극적인 예술 경험 등의 사례들 또한 낯설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한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을 그동안 꽤 높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은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문화예술교육에 새로운 구원의 한 줄기 빛을 내려다 줄 수 있을까? 매클루언의 말처럼 기술의 발전은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 ‘진정한 혁명’을 가져올 것인가?

 

기술은 문화예술교육을 구원할 수 있는가?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기술 접목은 대부분 도구적으로 활용된다. 즉 기술은 교육참여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며, 또는 참여자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표현능력의 편차를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 모델에서 기술은 일종의 보완재 역할을 했으며, 강사는 기술 활용의 숙련도를 높이거나 이를 적절하게 함께 활용하며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과연 기술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가? 다시 말해서, 문화예술교육에서 기술은 도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가? 나는 이러한 질문에는 회의적이다. 다시금 매클루언을 인용해보자면, 기술은 그 자체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전제, 즉 ‘좋게 활용한다’의 합성어인 ‘선용’한다는 전제는 이 정의에 의하면 완전히 틀린 말이다. 기술은 결코 도구로만 남을 수 없다. 그 자체로써 방향성을 이미 갖고 있으며, 스스로 매개하고 진화하며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독일의 미디어 철학자 키틀러는 정확히 이를 간파하고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미디어가 우리들의 상황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결정론적 관점에도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기술은 우리들의 상황을 결정하는 말도 맞지만, 우리가 기술과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술적’ 상황을 창조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이 가진 매개적 속성 때문이다. 언제나 기술은, 그리고 미디어는 ‘매개’한다. 그것이 투명하든(비매개) 또는 불투명하든(하이퍼매개), 또는 한 미디어 안에 다른 미디어를 인용하든(재매개) 간에, 강사와 교육참여자 사이를 ‘매개’하는 모든 순간마다 기술적 개입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에서 기술은 결코 단순한 수단이나 도구일 수 없고, 또한 그 자체로 완전한 자율성을 갖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그 매개적 특성이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 그 자체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느린 시간을 재발견하자

따라서 기술을 도구적이거나 수단으로, 또는 ‘선용’한다는 관점보다는, 오히려 기술의 매개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에서 어떤 ‘교육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심스럽게 제안하자면, 유행처럼 언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메타버스·AR·VR 등과 같은 현란한 기술적 담론이나 방법론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그러한 기술 안에 담겨 있는 매개적 특성에 주목하며, 이것을 나의 교육적 관점에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이다.
더군다나 기술은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자체로써 진화의 동력을 갖고 있으며, 그 현기증 나는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라포 형성’이 매우 중요한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은 개별적 교육참여자의 예술적 활동에 집중하는 ‘느린 시간’이 오히려 더욱 중요한지도 모른다. 이러한 활동에 굳이 현란한 최신의 기술 장치들을 도입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의 느린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적 매개의 장치들을 수업안에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에 관해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만나는 문화예술교육의 기술적 감각은 전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비대면의 답답한 상황을 지나 다시금 대면으로 만나는 순간, 단순하게 좋았던 과거를 되돌리는 반복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예술교육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함께, 강사와 교육참여자, 그리고 기술이 상호 협력적으로 매개하며 진화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같이 살펴볼 책

『시민을 위한 테크노놀로지 가이드』(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반비, 2017.
디지털 비평, 기술비평, 적정기술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기술결정론과 기술혐오에 빠지지 않는 ‘테크놀로지 리터러시’를 알기 쉽게 풀어놓은 책. 개념적 정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풍성한 사례들도 녹아들어가 있어서 교육과정 구성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지점이 풍성하다.
 
『시민을 위한 테크노놀로지 가이드』(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반비, 2017
『시민을 위한 테크노놀로지 가이드』(이영준, 임태훈, 홍성욱 저), 반비, 2017


 

같이 살펴볼 영상

스티브 커츠의 짧은 애니메이션
man(2012) https://www.youtube.com/watch?v=WfGMYdalClU
man(2020) https://www.youtube.com/watch?v=DaFRheiGED0

환경운동가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스티브 커츠의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인간이 3분만에 지구를 어떻게 착취하고 파괴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12년에 이어 2020년에 나온 짧은 후속편도 함께 보면 더욱 좋다. 그 외 (2016)도 기술문명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짧은 애니메이션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다소 무섭긴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은 작품이다.

※ 모든 사진은 강정석님으로부터 받아서 활용하였습니다.

강정석 /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영화감독을 꿈꾸며 연출부 생활을 하다 우연한 계기로 영상문화교육과 대안적 고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어 관련 분야의 연구 및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하자센터에서 판돌로 근무했으며, 다사리문화기획학교의 멘토로 활동했다. 현재 [대안대학 지순협]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