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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담회> ‘존재’로 살아가고, ‘존재’를 만난다는 것 part 1
  • 돌고래
  • 2024.12.05

지지봄봄 42호

-만남의 문법들

인터뷰

<좌담회> ‘존재’로 살아가고, ‘존재’를 만난다는 것 part 1

좌장·글 : 돌고래
좌담회 참여 : 찬찬, 두두, 바른, 김고은

만남이 번거롭고 때로는 벅차고, 덜 필요해지고 그래서 점점 희박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남의 대척점에 서 있는 말들이 있습니다. 외로움, 결핍, 소외, 상실, 단절, 고립....

지지봄봄 12월호 좌담회에서는 ‘고립 청년들의 자발적이고, 느슨한 연결’을 위한 멤버십 커뮤니티, 존재클럽을 운영하는 지식순환협동조합의 기획자, 프로그램을 진행한 강사, 동료 조력자로 함께한 청년, 지역 청년 공간의 커뮤니티 기획자가 만나 고립이 만연한 시대에 자발적인 관계 맺기와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립 청년 당사자와 함께한 경험을 나누며 고립이라는 주제가 결국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모두 당사자라는 것, 고립된 누군가를 돕기 위한 배움의 과정에서 나의 불안과 고립의 조건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 ‘마주함’이 관계의 출발이자 가능성의 발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석자

찬찬 : 존재클럽 커뮤니티 매니저
두두 : 존재클럽 커뮤니티 매니저
바른 : 동료 조력자 (피어서포터즈)
김고은 : 존재클럽 프로그램 강사
돌고래 : 청년협동조합 뒷북 커뮤니티 매니저. 존재클럽 프로그램 강사

 

존재클럽이 고립 청년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두
대학 진학을 안 하면서 그 나이대에 소속되어 있어야 할 관계들, 사회적 관계들로부터 멀어져 본 경험이 있어요.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계속 제자리에 있는 것 같고 또래들하고 나눌 얘기도 부족한 것 같고. 되게 답답했던 것 같아요. 또래를 만날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것을 대학을 안 가면서 오히려 좀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20대 중반이었어요. 대안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가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관계라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그냥 친구 사이가 아니라 그 이상의 관계가 되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고. 일반적인 생애주기에서 벗어나는 삶을 본의 아니게 살게 되면서 그런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됐던 것 같아요. 그 생애주기를 따라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많은 곳이 아닌 길로 계속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좁아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고립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두게 되고, 고립 청년을 지원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찬찬
존재클럽 초기 기획 과정 이후에 함께 하게 돼서 의미를 찾아가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다양한 단절들이 많잖아요. 여러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 저도 그런 단절을 많이 겪어봤고, 두두가 얘기했던 대안학교를 진학하는 게 주류에서의 단절이 될 수도 있고. 친구 관계에서, 가족 관계에서도 단절이 있을 수 있는데요. 단절이 고립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진1. 존재클럽 활동사진
사진1. 존재클럽 활동사진
 
 

존재클럽의 활동은 어떤 의미와 내용으로 기획하고 진행되었나요?

찬찬
크게 보자면 세 단위가 있는데, 하나는 존재클럽으로 알고 있는 시즌제 멤버십 프로그램인데, 시즌제로 고립 청년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나 클럽, 소모임이 있어요. 또 다른 큰 축으로 동료 조력자 양성 과정이 있어요. 고립을 스스로 좀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고립의 과정에서 조금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당사자를 조력하고, 동료가 돼서 활동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고요. 마지막으로 조금 더 넓은 관계로 가족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안에서 고립에 대한 이해나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들과 협력하는 교육 프로그램 간담회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두두
처음에 멤버십을 고민하면서 좀 더 느슨하게 연결망이나 소속감, 연결되었다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개별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서 한자리에 모였고, 어떤 문화적인 규칙들을 공유하고 다음 프로그램에 나가면 또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겠구나, 예상되는 정기적인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어느 기간을 같이 보내고 함께 끝내는,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좀 더 안전한 커뮤니티 안에서 관계를 맺는 경험을 기대하는 것이 있고요. 양성 과정은 동료 입장에서 말을 거는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 당사자들이 회복되어서 혹은 역량을 갖추어서 다른 참여자에게 말을 걸고 관계 맺을 수 있는 상호작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양성 과정을 2년 동안 해보니까 결국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가 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내 고립 경험이나 고립감, 불안에 대해 좀 더 잘 관리할 수 있고, 내면의 힘을 스스로 쌓는 훈련 과정이라는 거를 많이 느꼈어요.

김고은
저는 세 가지 정도를 진행했는데, 첫 번째가 글쓰기. 책을 읽고서 글을 쓰는 자리였어요. 글쓰기를 통해 내 이야기, 내 경험이 꼭 나만 하는 건 아니구나, 사회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고요. 두 번째는 인문학 책을 읽는 시간이었는데요. 사회 진화론, 적자생존을 반박하는 진화론에 대한 책을 읽었어요. 내가 느끼는 생존에 대한 위협이 실체가 있는 것인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조금 비틀어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획했습니다. 참여자분들이 제일 많이 느끼셨다고 제가 느꼈던 것은, 이게 나 혼자 겪고 있는 일이 아니구나. 그 모든 게 나의 탓은 아니구나, 이런 거였던 것 같아요. 나는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느 자리에 지금 위치 해있고, 어떤 층위들이 나한테 쌓여 있어서 그것하고 내가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가. 그거는 뭐랄까요? 병적인 접근 하고도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나 개인한테 모든 문제를, 원인을 찾기보다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일일 수도 있겠구나, 가장 먼저 이해하시게 되는 것 같고요. 그것이 우리가 사실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감각이고 문제라면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호흡을 좀 트게 되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사진2. 존재클럽 - 글쓰기 클럽
사진2. 존재클럽 - 글쓰기 클럽
 
 

고립 청년이 대상화되지 않기 위해 어떤 고민과 고려를 했나요?

두두
한편으로 대상으로서 고립청년을 잘 알고 있나부터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제가 했던 경험에서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의도하고 넣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운영하면서 느꼈었던 것 같고. 고립 청년이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에너지 레벨도 다르고. 그 정도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고립 청년이라는 것을 특정하기가 좀 쉽지 않은 면이요.

찬찬
참여자 분들이 에너지가 떨어지셨을 때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 않을 때 다시 자신의 안전한 곳으로 들어가시면 연락할 방법이 없어요. 현재 존재클럽이 지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얼마나 오시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잖아요. 신청은 이만큼 해 주셨는데 여러 사정으로 못 오실 때 어느 정도로 연락해야 하고, 좀 더 푸시해야 하고 기다려야 되는지 밸런스를 찾기 쉽지 않고. 물론 많이 두드렸을 때 조금 더 나오시는 분들이 있어서 뭔가 뿌듯함이 있는데, 여전히 그런 걸 제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김고은
기획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은, 같이 책을 읽고 얘기를 했을 때, 그 책이 본인이 가진 부정적인 경험이나 기억을 얘기할 가능성이 높았어요. 고립되었고, 은둔해서 어떤 게 힘들었다거나 섭식 장애가 있었다거나 경쟁에서 뒤처졌거나 압박을 받아서 너무 힘들었다거나... 이런 것들이 제가 듣게 될 거로 생각하는 얘기들이고. 근데 실제로 진행할 때 좀 놀랐던 부분은, 전혀 사실 그러지 않았고. 이분들이 어느 순간에 가서 발견하고, 동시에 이해하고, 그 발견을 이해할 수 있었던 지점은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쉬운 그 모든 경험들이 본인을 사실은 살렸다는 거였어요. 고립이나 은둔 사실 혹은 우울증이나 ADHD나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과정에서도 이게 사실은 나를 살렸구나, 그런 것들이 이분들을 전혀 네거티브(negative)하게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얘기를 하면서 좀 힘이, 힘을 주고받는 것 같다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두두
오히려 이 과정들을 겪으면서 취업 교육을 해야겠다, 실질적인 교육을 구성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점점 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문학이든 문화예술 교육이든 커뮤니티에 대한 관계에 대한 경험이든 이런 것들은 사실 정부에서 하는 예산들로 할 수 없거든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굉장히 관심을 기울이고 찬찬이 얘기했던 것처럼 연락해야 해, 말아야 해 하는 그런 고민을, 수많은 사례를 관리하면서 하는 과정에서는. 회계 연도가 갖춰져 있고, 반년 동안 사업을 하는 지자체 사업에서는 사실은 구현하기 힘든,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관의 역할이 있고, 민간의 역할이 또 있다. 이런 것들도 같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점점.
 

동료 조력자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바른
대학교에 다니면서 느꼈던 게, 학생끼리도 서로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사무적인 대화 위주로 좀 흘러가고 관계가 깊어지거나 서로 친밀해지기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대학교 사람끼리는 이걸 ‘비즈니스 관계’라고 불러요.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다니는 동안 여기서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도 있었고, 결국 이것도 소외감이거든요. 외부에서 그런 걸 해소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때 존재클럽을 모집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스케줄이 안 돼서 지원을 못 했었는데 클럽 말고도 조력자 과정이 있다고 소개해 주셨고, 다행히 일정이 돼서 시작했어요. 조력자 과정은 소모임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퍼실리테이팅 교육, 당사자를 대면할 때 더욱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대화법에 대해서 배우는 동료 상담 교육 위주로 진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느낀 게 자신의 고립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고, 스스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친밀하면서도 지속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라고 생각해요. 주변을 보면 사적으로 많이 친해지고, 정기 모임도 하고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만남이 이뤄지고 있어서 나름대로 잘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느꼈어요.
 

지속 가능한 멤버십과 커뮤니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두두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두 개의 키워드는 상호성과 성장이거든요. 그러지 않으면 그냥 프로그램이 되는 것 같아요. 바른 같은 동료 조력자가 당사자하고 만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여의 경험을 얻게 되고, 당사자는 나와 비슷한 공감되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종의 선배 같은 개념으로 만나게 되면서 연결감과 지지를 얻게 되고, 이런 것들이 상호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는 게 더 좁은 세상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안에서 더 성장하는 루트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료 조력자로 성장하는 경험들, 인문학을 배운다거나 하는 과정들. 그런 시도들이 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찬찬
아까 말한 세 개의 축이 서로 상호적으로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동료 조력자는 말씀해 주셨듯이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존재클럽 멤버들이랑, 지역사회 안에서는 지역 협력 단체들과 어떤 사업성 이런 것도 포함되는 얘기인 거고요.

김고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침묵을 제가 해결할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여기에서는 조금 더 제 역할을 더 많이 뺐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 진행되니까 참여자들이 의견의 마찰이 있었고, 말하는 방식이 어떤 분한테는 좀 너무 피로하게 들리기도 했고, 어떤 분한테는 좀.... 이런 과정이 있으면서 참여자들이 조율을 해나가셨어요. 이분들이 관계에 굉장히 예민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함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라 그랬을 것 같다는 게 저의 견해고요. 안전한 장을 제공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최소한의 롤을 맡고 가장 넓은 풀의 어떤 안전망을 제공한다.
 
돌고래
대안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지켜보고, 글쓰기를 함께하며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지역의 청년 공간에서 청년들과 함께 삶의 기술을 새롭게 배우며, 자기회복을 위한 문화예술 워크숍 ‘다시 나는 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존재클럽에서는 일상에서 자기 접촉과 발견을 위한 ‘산책클럽’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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