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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힘을 더하는 따뜻한 시선
  • 장하은
  • 2023.12.11

지지봄봄 39호

-겨울의 두께

현장이 사랑한 현장
릴레이 인터뷰 : ‘마커키퍼’가 묻고 ‘화이트어비스’ 오영미 대표가 답하다

마음의 힘을 더하는 따뜻한 시선

장하은(마커키퍼)

일하면서 헤이마인드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가며 만나게 된 ’오영미’ 대표님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따뜻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헤이마인드
ⓒ헤이마인드


화이트어비스는 어떤 곳인지, 그리고 헤이마인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하하, 많이 헷갈리죠. <화이트어비스>는 저희 회사명이고, <헤이마인드>는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브랜드명이에요. 화이트어비스는 예술 치료사들이 함께 모여 만든 회사예요. 예술치료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방식의 콘텐츠를 구성하여 필요한 대상자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헤이마인드 안에 <헤이 후>, <내, 일 뭐하지>, 등의 마인드 솔루션 서비스가 있어요. 이별을 겪은 사람들, 일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어떻게 엄마가 될지 고민하는 사람들처럼 헤이마인드는 문제 상황에 집중하고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세심하게 연구해요. 우리가 흔히 우울증, 불안장애라고 말하는 것은 심리적 어려움을 그 사람의 문제로 정의하는 관점이죠. 하지만 문제란 각자의 다양한 한계 속에서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려는 순간 발생해요. 수줍음이 큰 사람에게 무대란 공포스러운 것이겠지만, 무대 위에 설 필요나 설 마음이 없다면 심리적 어려움을 겪진 않아요.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욕구가 있거나 무대 위에 서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가 문제죠. 무대 위에 잘 서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일까요? 저희는 그래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거죠. 앞으로도 누구나 일상에서 겪는 심리적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심리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에요.
 
기업 워크숍, 내일 항해 ⓒ헤이마인드
기업 워크숍, 내일 항해 ⓒ헤이마인드


예술치료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지는데, 처음 예술치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술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고 전공과 관련된 일을 조금 하다가 결혼 이후 경력이 유지되지 않았던 때에 시작한 게 예술치료였어요. 그때가 20년 전이니까 예술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정말 없었을 때예요. 처음 시작할 때는 친구가 억지로 등록해 줘서 가봤는데 알겠더라고요. ‘나에게 맞는 일이 따로 있구나.’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예술활동은 자기에게 더 다가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 생각이나 욕구, 그리고 내가 어떤 세계를 경험하는지를 계속해서 탐구하고 그 탐구한 세계를 외부로 던지는 일이라는 거죠. 저는 그런 일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개인적이고 독창적, 창조적 세계보다는 보편적, 분석적, 실용적인 세계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때는 몰랐어요. 나중에 예술치료를 접하게 되면서 알았지요. 예술치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매개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에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 매력적이었어요. 제대로 빠지게 되었죠.
 
내, 일 뭐하지 활동 ⓒ헤이마인드
<내, 일 뭐하지> 활동 ⓒ헤이마인드


예술을 매개로 타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으로 들리는데요. 그래도 예술치료를 오랫동안 하면서 힘든 적은 없으셨나요?

오랫동안 예술치료를 하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예술치료를 시작한 이후에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예술치료의 분야와 방법론이 이곳저곳 생기는 시기가 있었어요. 예술치료에 관한 관심도 점점 높아졌고 많은 기관에서 무료 프로그램으로 제공되기도 했죠. 좋은 일만은 아니었어요. 예술치료 분야가 하나의 방법론으로 체계를 갖기 전에 다소 비판 없이 사용된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예술 치료사들이 워낙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니 서로 교류할 방법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럼 예술 치료사 스스로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검증할 기회도 없어지는 거예요. 반대로 본인의 콘텐츠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받아도 치료사 개인에게 머무를 수밖에 없어요. 예술치료가 더 발전하고 확산하려면 서로 교류하고 비평도 해야 할 텐데, 그런 환경이 못 되는 거죠. 저도 제 자리에서 분투했지만 늘 답답한 걸음이었어요.

더구나 예술치료 사용 기획은 기관에서 하고 프로그램 제공은 예술 치료사들이 하다 보니 예술치료가 충분히 이해되지 못한 환경도 많았어요. 가정집에서 진행한 적도 있고 너무 많은 인원을 감당해야 하기도 했지요. 기관에서 ‘우리는 이런 대상에게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니까 기획해 와’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우리가 어떤 대상에게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라고 제안하고 싶었어요. 예술치료가 현장에서 훨씬 잘 쓰일 수 있게 만들고 싶었죠.
 
기업 워크숍, 내일 항해 ⓒ헤이마인드
기업 워크숍, 내일 항해 ⓒ헤이마인드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예술치료’와 ‘예술교육’의 차이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표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사실 예술교육과 예술치료의 결과물로만 봤을 때 크게 다른 부분이 없어 보일 수 있어요. 근데 이 부분은 방향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내가 최종적으로 이 예술이라는 매개를 가지고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자기가 자기 정체성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 자체, 그 그림이라는 결과물 자체는 같을 수 있지만 대상자가 어떤 미술적인 표현을 하거나 어떤 색깔을 쓰냐에 따라 표현을 좀 더 풍성하게 할 수 있게끔 도우려는 마음은 예술교육에 가깝겠죠. 반면에 예술 치료사는 얼마나 예술적으로 표현하는가 보다는 이 표현을 하는 대상자의 심리적 역동과 기능을 들여다보려고 하죠. 창조적 활동은 정신의 힘을 사용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합니다. 창조의 결과물은 바로 그 사람의 세계인 거죠. 예술치료는 바로 그 세계에 주목해요.
 
내, 일 뭐하지 교구 ⓒ헤이마인드
내, 일 뭐하지 교구 ⓒ헤이마인드


오랫동안 예술치료에 관해 고민하신 게 느껴집니다. 예술치료로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현장에 있어야만 알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았어요.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차에 마침 제가 일하던 <교실 힐링>이라는 사회공헌사업 운영사인 GS칼텍스에서 함께한 치료사들에게 예술치료 자생사업을 펼쳐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어요.

예술 치료사분들과 함께 사업을 해보려 모였고, 어떻게 예술치료를 사업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연구 탐색하는 데에만 1년이 걸렸죠. ‘예술치료’라는 게 참 난해한 콘텐츠예요. 눈에 보이는 상품도 아니고, 과정이 딱 정해져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아니잖아요. 예술치료 콘텐츠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서 알리는 데 어려움이 컸어요. 함께 출발한 사람들이 떠나기도 하고, 새로 합류한 사람도 있고, 변동도 컸지만 지금도 계속 방향과 방법을 찾아가고 있네요.
 
예술 치료사들의 날, 마인더 데이 ⓒ헤이마인드
예술 치료사들의 날, 마인더 데이 ⓒ헤이마인드


현재 겪고 계신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콘텐츠를 만들고 실행하는 건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니까 잘할 수 있는데, 그걸 사업으로 연결하는 건 정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좋은 콘텐츠가 떠오르면 이걸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사업은 모두 어려워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규모를 키워서 돈을 벌 수 있도록 수익구조도 만들고, 다양한 사람과도 소통해야 하죠. 무엇보다 예술치료라고 하는 생소한 서비스를 알리고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헤이후 콘텐츠, 홍익출판사 ⓒ헤이마인드
헤이후 콘텐츠, 홍익출판사 ⓒ헤이마인드


그렇다면 어려운 겨울의 시기를 버텨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실까요?

사실 대부분의 예술 치료사들은 일한 만큼만 돈을 버는 사람들이죠. 저는 이 일을 20년 동안 해왔어요. 돈을 벌자면 못 할 일이죠. 그렇지만 삶의 만족감을 얻는 데는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저는 옥상 텃밭을 열심히 가꾸고 있어요. 만족감의 본질은 생산성인 거죠. 그럼 생산성이 있는 일을 계속하면 되는 거예요. 그게 꼭 돈일 필요는 없는 거죠.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이 조금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길 바라거든요. 오늘 기울인 노력이 아주 조금이라도 내일 무언가로 느껴지면 돼요. 아주 크고 대단한 희망이어야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도 저와 이런 생각에선 비슷하죠. 의미나 가치에 대한 만족감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엇보다 서로 연대하는 게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에요. 서로의 의미와 가치를 지지할 수 있는 그런 연대요. 그렇게 함께하다 보면 각자가 자기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를 나누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온기를 나누다 보면, 긴 겨울도 무사히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장하은 연구원/ 마커키퍼
예비사회적기업 마커키퍼에서 어린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구하고 있다. 문학이 좋아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문화기획에 관심이 많다. 새로운 것에 끌리는 편이라 넓고 얕은 취미가 많은 편이다.

이메일 project@markerkeeper.com
인스타그램 @july._.rita
사진 제공. 화이트어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