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을 문화기획자로 명명되고 있습니다.
가끔은 문화 예술교육자라는 말로 표현하시는 분도 있고요.
하지만, 저에게만큼은
예술을 교육한다는 건 조금은 모순이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예술의 영감을 나눈다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늘 머릿속에만 가득한 생각들을 꺼내어 놓는 것.
그리고 꺼낸 후의 행동 과정에서 우리가 소위 말하는 문화와 예술이라는 색을 흡수해
조금은 부드럽고, 조금은 재미있고, 조금은 더 말랑말랑한 결과들은 내놓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 예술교육을 하던 시기에 만난 그룹들이 노년기에 계시던 분들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과의 소통이나 만남에
방식에 더 편함을 느끼게 되어 노년기 활동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고,
마을 문화 사업까지도 노년기분들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나 다른 연령의 시민분들과는 소리라는 매개체로 교육이라는 이름 안에서 만나고 있지만,
이 또한 저는 그들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프로젝트에서도, 그 어떤 교육에서도 교육자만 있던 시간은 없었고, 교육하는 것만 있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저와 함께해 준 많은 분들의 시간과 생각들이 녹아 계속 변화하는 저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치매가 시작되고 있는 분들과의 미술활동은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때로는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세대보다도 노년층에 더 눈과 관심이 가는 이유는 어쩌면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 위에 먼저 서 있는 분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분들이든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서로의 존중이며,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시간의 할애입니다.
서로의 관심의 시작은 이끄는 것
그러려면 먼저 지금부터라도 '나'를 온전히 관찰하고 관심 가져줘야 가능한 것을 인생을 살면서 피부로 배웠기에~
저와의 활동에서는 가장 먼저 모른척하거나 눌러왔던 ' 나'를 먼저 알고 관심을 준 후 서로를 알아가고 인정해서 결과에 다다르게 합니다.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 대한 것들을 잘 알고 있을 때 '마을' 안에서의 나의 위치와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것들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방향의 전환을 고민해,
그것들과 더불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좀 더 많이 공유하고 제안하여
'나'와 '마을' 사이에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일상이 되게 하는 마을 문화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